[2021 한경 신춘문예] 독자 공감 불러일으킬 탁월한 주제 선정…세련되고 독창적인 문체 인상 깊어

입력 2020-12-31 16:28   수정 2021-01-01 03:29


2020년은 수필을 쓰는 사람들에게 매우 커다란 영감을 주는 공통의 테마가 있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전세계적 유행으로 인한 팬데믹 시대’라는 새로운 사회분위기였다. 가장 빠르게 현실의 삶이 반영되는 장르로서 수필은 이런 시대 분위기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그리하여 죽음과 질병에 대한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삶의 희망에 관한 이야기가 역시 응모작의 대세를 이뤘다. 수필은 사회 변화를 빠르게 담아내는 장르라는 것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응모작들이었다.

매우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수필에 대한 장르 인식 자체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수필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지만, 문학성과 독창성이 필요한 섬세한 장르이기도 하다. 일어난 일과 느낀 감정을 솔직히 표현한다고 해서 저절로 좋은 글이 되지는 않는다. 문학작품으로서의 완성도, 글을 쓰는 작가만이 가진 독보적인 아우라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그런 작품들은 매우 희귀했다. 수필 장르에 대한 더욱 세심한 배려와 연구가 모든 응모자들에게 요구된다. 수필 또한 소설과 시처럼 엄연히 전문성과 문학성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한경 신춘문예를 통해 잘 알려졌으면 좋겠다.

우리 심사위원단은 그런 의미에서 철저히 ‘문학적 탁월성’, ‘독자를 향한 감응력’, ‘문체의 독창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본심에 올렸다. ‘인테그랄’, ‘세신사의 첫사랑’, ‘그대 아직 빛나고 있는가’, ‘바람의 얼굴’, ‘배달’, ‘일당바리’, 이렇게 여섯 편의 응모작이 본심에 올랐다. ‘인테그랄’은 매우 세련되고 독창적인 문체와 이야기의 흥미로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탁월한 묘사력과 주제 선정, 모든 측면에서 단연 빛났다. ‘세신사의 첫사랑’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세신사와 필자와의 따스한 연대감은 독자를 향한 공감의 추구라는 측면에서 특히 빛난다. 다소 장황한 묘사를 줄이고 세계를 바라보는 참신한 시각을 더한다면 더욱 훌륭한 작품이 될 것 같다.

‘그대 아직 빛나고 있는가’는 젊은이들의 힘겨운 직장생활을 리얼리티 가득한 필치로 그려내어 주목 받았다.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이 장점이지만, 웹툰 ‘미생’을 글 맨앞과 뒤에 인용문으로 배치한 것은 수필의 독창성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미생’처럼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도 좋지만, 수필의 미덕인 ‘글쓰는 사람의 진솔한 삶의 고백’이라는 측면에 좀 더 초점을 맞추면 더욱 좋은 글이 될 것 같다. ‘바람의 얼굴’은 온화하고 평화로운 문체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개성과 독창성을 담보하려면, 소재의 다양성과 다채로운 묘사의 실험이 요구된다. ‘배달’은 새로운 아르바이트로 배달업을 시작한 젊은이의 생생한 체험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응모기준으로 제시된 분량에 한참 미달하는 원고량, 묘사의 풍요로움이 부족한 글쓰기가 아쉬웠다.

‘일당바리’는 제주 돌담을 쌓는 석공 남편에 대한 이야기로 독자의 따스한 공감을 자아냈다. 벽돌담처럼 시멘트를 바르는 것도 아닌데 제주의 강한 바람에도 잘 무너지지 않는 ‘제주 돌담’의 비결은 ‘서로서로 물고 물려 있기 때문’이라는 남편의 대답이 독자의 가슴을 무장해제시켰다. “보잘것없는 일당바리의 하루도 그렇게 쌓여 견고한 삶이 되어가는 중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울렸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이룬 두 작품은 ‘인테그랄’과 ‘일당바리’였다. 섬세하고 수려한 문체와 오랜 문학적 수련의 흔적을 보여주는 정제된 문장들은 ‘인테그랄’의 장점이고, 생생한 삶의 체험 속으로 독자들을 단번에 빨아들이는 흡입력은 ‘일당바리’의 장점이다. 그러나 역시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를 두루두루 받은 ‘인테그랄’이 문학성과 독창성에 있어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았았며, 만장일치로 당선작이 됐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사랑과 결혼이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매우 독창적인 시각에서 다뤄 독자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는 작품이다.

수필은 민낯의 문학이기에 꾸밈없이 나를 드러낼 수 있고, 단 하나뿐인 나의 삶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주는 문학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는 문학이기도 하다. 문장 하나하나에 혼을 불어넣는 열정과 스토리텔러로서의 장인정신도 필요하다. 수필에는 그 어떤 작위적 설정도 없어 보이긴 하지만,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이는 그 글쓰기 이면에는 작가의 엄청난 노력이 숨어 있다. 열정적인 글쓰기로 한겨울의 추위를 녹여준 모든 응모자들에게는 깊은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그리고 오직 하나뿐인 당선자에게는 뜨거운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이토록 험난한 팬데믹 시대에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수필문학의 무한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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