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면역체계가 태아를 해치지 않는 이유는?

입력 2021-01-01 17:35   수정 2021-01-02 01:43


우리의 면역 체계는 외부 물질을 즉각 공격한다. 하지만 임신 중 산모의 면역체계는 태아를 공격하지 않는다.

산모 입장에서 외부 물질인 태아를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지금껏 의학계의 미스터리였다. 이 비밀을 풀어줄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 2020년 12월 23일자에 실렸다.

마그달레나 파올리노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교수를 필두로 한 국제연구팀은 면역세포가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 기관인 흉선에 주목했다. 흉선은 가슴뼈 뒤쪽에 있는 작은 샘으로,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가 성숙하는 곳이다.

연구진은 임신하면 많이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이 흉선을 자극해 조절 T세포(Tregs·사진)를 만들어 내는 것을 발견했다. 조절 T세포는 ‘나’와 ‘남’을 구분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T세포다.

연구진은 흉선의 표면에서 발현되는 ‘RANK’라는 수용체가 조절 T세포가 발현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추가로 밝혔다. RANK의 구체적인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RANK를 제거한 마우스 모델을 관찰했다. 그 결과 RANK가 없는 쥐에게서는 임신 시 흉선에서 조절 T세포가 생성되지 않았다. 태반에서도 조절 T세포 양이 줄어들어 유산율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조절 T세포의 또 다른 역할도 밝혀졌다. 산모의 혈당 수치를 조절해 임신성 당뇨병을 막는다는 것이다.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으로 인해 이전에는 없던 당뇨병이 생기는 경우를 이른다. 임신은 전반적인 산모의 내분비 활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인슐린 역시 분비량이 늘어난다. 인슐린 양이 계속해서 늘어나면 저혈당 상태가 되기 때문에 태반에서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은 인슐린을 억제한다.

만약 인슐린이 과도하게 억제되면 오히려 혈당이 높아지고, 산모의 몸에서는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데 실패하면 임신성 당뇨병이 발생한다.

파올리노 교수팀은 태반의 조절 T세포가 염증을 예방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조절 T세포는 산모의 지방조직으로 이동해 혈액 내 포도당이 지방으로 전환하는 것을 도왔다. 즉 혈액 내 포도당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한 것이다. 연구진은 RANK를 제거한 쥐에게서 정상 쥐보다 높은 혈당 수치나 인슐린 수치 등 임신성 당뇨를 의미하는 여러 지표를 확인했다. 이렇게 임신성 당뇨를 앓는 쥐의 새끼는 평균을 훨씬 웃도는 과체중이었다.

하지만 건강하게 임신한 쥐로부터 분리한 조절 T세포를 RANK가 제거된 쥐에게 이식하자 유산, 고혈당, 태아의 과체중 등 문제가 해결됐다. 파올리노 교수는 “임신성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산모를 분석했더니 쥐 실험과 비슷하게 태반에서 조절 T세포가 적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요제프 페닝거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 분자생명공학연구소(IMBA) 박사는 “이번 연구는 흉선이 산모의 면역체계를 변화시켜 태아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산모의 신진대사 건강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산모 건강을 증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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