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2시 서울시립서북병원(병원장 박찬병)의 25병동 간호사 휴게실은 텅 비어 있었다. 먹다 남은 즉석밥과 반찬통만 덩그러니 테이블 위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휴게실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던 간호사들이 ‘너스콜(nurse call·간호사 호출)’에 뛰쳐나가면 벌어지는 익숙한 장면이다. 환자 응급처치를 마치고 돌아온 송은희 서북병원 25병동 책임간호사(45·가명)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물세수를 하고 자리에 앉아서도 한참을 숨을 고르던 그는 “그래도 환자 상태가 좋아져서 다행”이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전담 병동인 53병동에 배치된 간호사는 총 9명이다. 이들은 3교대(주간, 저녁, 야간)로 조를 나눠 24시간 쉬지 않고 일한다.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되는 코로나19 특성상 비대면 진료가 기본이다. 클린존에서 전화와 인터폰을 통해 환자와 소통하고, 식사를 나눠주거나 응급 상황일 때만 방호복을 입고 오염존에 들어간다.
10평 남짓한 간호사 대기 공간은 조용할 틈이 없었다. 전화와 인터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 간호사 경력 10년차인 김아름 서북병원 53병동 간호사(가명)는 “하루에 100통이 넘는 ‘너스콜’이 울린다”며 “환자와 최대한 접촉을 줄이면서도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간호사들에게 더 힘든 고충은 사회에서의 ‘낙인’이다. 간호사 경력 24년차인 안순자 53병동 간호팀장(가명)은 “병원에선 간호사로, 가정에선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며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간호사라는 사실이 알려져 어린이집에서 자녀의 등원을 거부당한 동료도 있다”고 했다.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이들이 인터뷰에서 가명을 요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선별진료소에서 접수 업무를 하는 김선현 주무관(28)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만나 뵌 지 넉 달이 넘었다고 했다. 혹시 모를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가족은 물론 친구들도 잘 만나지 않는다. 업무 환경은 열악하다. 최근 컨테이너가 설치되기 전까진 텐트에서 환자를 맞았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웠다. 그래도 김 주무관은 “검사를 받으러 온 환자의 자녀가 쓴 편지를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 피곤을 잊는다”고 했다.
기계반은 서북병원의 설비 운영과 관리를 맡는다. 남재훈 기계반장(52)은 “병실의 음압기가 고장 나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세 시간 넘게 작업하고 돌아왔더니 속옷까지 땀으로 흠뻑 젖은 날이 기억난다”며 “기계밥을 먹은 지 수십 년이 넘었지만 음압병동 관리는 처음이어서 늘 불안하고 잠을 잘 못 잔다”고 털어놨다. 마스크를 살짝 내려 보여준 그의 입술은 하얗게 부르터 있었다.
의료진부터 시설팀까지 서북병원 직원들이 꼽는 공통된 고충은 ‘인력 부족’이다. 53병동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는 김부연 흉부외과 과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든 병원 직원들의 1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이라며 “1년 가까이 쉬지 않고 일하다 보니 체력이 완전히 고갈됐다”고 말했다. 박찬병 병원장은 “병원 내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하며 사명감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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