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수 박사 "코로나의 가장 큰 수혜 국가는 중국" [노경목의 미래노트]

입력 2021-01-02 07:07   수정 2021-01-02 10:02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떠올려 보면 위기 시점에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정부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했다. 이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의 크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를 지나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에 중국의 정책 판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돈을 푸느냐에 따라 관련 국가들과 업종의 희비가 회복 속도에서 엇갈렸다. 특히 한국이 그랬다.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큰 충격을 받았던 세계 경제는 백신 보급으로 올해부터 회복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리는 시기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랫동안 중국 경제 현안을 분석해왔다.. 정치와 경제 사이의 방정식이 어느 나라보다 복잡한 중국 문제를 종합적으로 풀어내는 내공도 갖고 있다.
"코로나 통해 미중 경제격차 상당히 줄어"
▷최근 중국 경제가 상당히 좋다.

"얄밉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이 코로나19로 가장 큰 수혜를 보는 모습이다. 2019년까지 중국 경제의 잠재적인 리스크로 봤던 요인들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해소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손실도 예상보다 크지 않다. 코로나19 이전 미국과 중국의 경제력 격차가 미국이 10, 중국이 6이었다면 올해는 10대 8까지 좁혀질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짚어보면 어떤가.

"우선 중요하게 살펴볼 것이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다. 중국은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지만 인건비 상승에 미중 무역분쟁까지 겹치면서 여러 나라 기업들의 공장이 중국을 탈출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수출 시장에서 13%까지 떨어졌던 중국의 비중은 지난해 16%까지 반등했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조기에 방역에 성공한 중국으로 조달선과 제품 주문을 되돌린데 따른 결과다.

이렇게 중국으로 돌아온 공장들이 코로나19 이후에 다시 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공장 이전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만큼 기업 입장에서 한번 번복한 결정을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내 해외 기업 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의 사정도 좋아졌다고 했는데.

"그렇다. 알다시피 중국 기업들의 막대한 부채는 중국 경제의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뇌관 중 하나로 꼽혀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과정에서 모든 나라에서 기업 부채가 급증했다.

기업 부채 자체가 중국만의 특수한 문제가 더 이상 아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중국의 대표적인 구조적 모순이었던 기업 부채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었다."

▷이같은 흐름은 결국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중국이 미국과의 경제 격차를 상당 수준 좁혀갈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 경제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한 가운데 올해도 경제 성장률이 8%까지 오를 전망이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물 영역에서 두 나라의 격차는 크게 좁혀진다. 여기에 환율 효과가 더해진다.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중국이 강력한 수출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위안화 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다. 2019년 대비 7~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격차는 환율 효과까지 감안하면 10% 이상 감소하게 된다.

10대 6이던 미국과 중국의 경제규모 차이가 위안화 강세와 코로나종식에 따라 어느새 10대 8 정도로 좁혀질 전망이다. 2028년이면 중국 GDP가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중국 성장에 따른 한국 수혜 크지 않을 것"
▷한국에 미칠 영향이 중요할 것 같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중국발 호황이 이번에도 가능할까.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미 중국 공산당 내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 대한 평가가 끝났다. 지나치게 돈을 풀어 자국 내 자산시장 등의 거품은 키우고 수혜는 한국 등 주변 국가가 봤다는 결론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코로나19 위기 초기부터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에 소극적인 모습을 나타내 왔다. 경기하강에도 생존이 어려운 기업은 문을 닫게 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 육성해온 반도체 산업의 대표 기업 칭화유니를 도산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경제 회복기에 중국을 통해 한국이 누릴 반사효과는 크지 않다. 대신 중국은 미국 등 주요 국가들에 비해 코로나19를 위한 재정 투입이 많지 않아 이후의 부작용도 적게 겪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를 통해 중국이 얻는 또 하나의 수혜 요인이다."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한국 기업들의 중간재 수출 등이 늘 수 있지 않나.

"최근 지표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최근 중국의 전기 대비 수출 증가율이 21%까지 올라왔지만 한국 수출 증가율은 한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의 수출 증가가 한국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중국 경제 회복기에 철강, 석유화학 등 자본재의 대중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관련 업종에서 중국 기업들이 약진하며 한국이 수혜를 볼 여지가 크게 줄었다. 한한령으로 시장 진출이 막힌 소비재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경제 회복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정도로 볼 수 있다."
미중 무역갈등의 2021년 영향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은 어떻게 보나.

"많이들 말하지만 트럼프 시대의 미중 갈등이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문제였다면 바이든 시대에는 서로 자기편을 끌어들여 합종연횡하게 될 것이다.

최근 EU(유럽연합)가 중국과 무역협정을 타결 시키고, 일본 등이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전격 발효한 것도 이같은 합종연횡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우방국에 연대를 요청한 이후에는 불가능한 중국과의 경제 협정을 이전에 빨리 마무리한 것이다.

결국 양쪽이 어떻게 진영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고민이 크겠다.

"그렇겠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단순한 선택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앞서서 이같은 구도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판이 짜여가는 모습을 보면서 입장을 정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굳이 '한국은 어느 쪽에 서야 한다'는 생각을 미리 할 필요가 없다."

▷기업들에게는 어떻게 작용할까.
"전체적인 영향은 역시 합종연횡이 어떻게 됐는지 판단된 이후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초기에는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트럼프 시대의 미중 무역갈등은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어떤 중국 기업을 언제, 어떻게 제재할지 알 수 없었다. 사업상 파트너가 언제 미국의 제재를 받을지 모르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에도 불확실성이 컸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일관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냉정이 되짚어보면 2000년 이후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대부분 중국과 관련돼 있다. 중국을 활용하는 것 아니면 중국 기업의 추격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이와 같은 투자가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마윈의 설화(舌禍)는 원인 아닌 결과"
▷최근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엔트 그룹에서 물러난 것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기업 통제가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은데.

"지난해 10월 통과된 중국의 14차 5개년 경제계획을 보면 어느 정도 예고됐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최초로 기업이 아닌 기업가에 대한 문제가 거론됐다.

'건전한 사영 기업가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이 명문화됐다. 사실상 사영 기업가의 군기를 잡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 당국을 정면 비판한 마윈의 상하이 연설은 이미 결정된 중국 정부 방침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상하이 연설에 대한 보복으로 마윈이 퇴장한 것이 아니라, 이미 퇴장이 결정된 가운데 마윈이 작심하고 한 마디 한 것이다."

▷이같은 중국 정부의 방침으로 외국 기업 및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마윈은 알리바바에 대한 지분의 거의 없는 가운데 소프트뱅크, 야후 등 외국 투자자들은 경영에 거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지분이 없는 마윈이 알리바바를 사유화한다는 비판이 2010년대 중반부터 제기됐던 이유다. 엔트그룹이 예정대로 상장됐다면 마윈은 상당한 지분을 확보해 이같은 사유화가 현실화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마윈의 사임을 반대했다기보다는 반겼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특수성 때문에 중국 기업의 움직임에 대한 분석도 다른 나라에 비해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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