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불합치' 효력 잃은 낙태죄…'입법 독주' 巨與, 법 개정엔 뒷짐

입력 2021-01-03 17:38   수정 2021-01-04 03:28

인위적으로 낙태하면 처벌받는 낙태죄의 효력이 지난 1일부터 중단됐지만, 대체 입법 미비로 의료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부녀가 약물 등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법 269조의 낙태죄 처벌 규정은 지난 1일자로 효력을 잃었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작년 말까지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주문했지만 국회가 대체 입법을 만들지 못한 결과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임신 14주까지만 임신 중지를 허용하되 낙태죄는 유지하는 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성계가 낙태죄의 완전 폐지를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하자 국회는 관련법을 고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임신 중단 방법 등을 규정한 모자보건법 개정도 함께 미뤄졌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임신 중단 가능 기간이나 약물을 사용한 임신 중단 허용 여부, 보험 적용 범위 등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법 규정이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자칫 산모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낙태 수술에 대한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산부인과병원은 관련 법 미비를 이유로 낙태 수술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부작용 등을 우려해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해 말 조건 없는 낙태 시술을 임신 10주 미만에만 시행한다는 지침을 내놨다. 정부안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천주교 등 보수 종교단체들도 이런 의료계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여성계는 낙태죄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낙태 의료현장을 실태조사하고 임신 중지 의료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안전하게 낙태할 권리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은 “어떤 기준을 정해도 찬반 양측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며 입법 활동에 소극적이다.

정치권에선 올해 재·보궐 선거와 내년 대선으로 이런 입법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이미 법 개정 시한을 넘긴 헌법불합치 법률만 총 6건에 달한다. 이와 별개로 선거운동 확성 장치의 소음 규제 기준이 없는 공직선거법과 광역자치단체장의 예비후보 후원회 설립을 금지하는 정치자금법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올해 말까지 법을 고쳐야 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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