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직전에 결혼해서 자녀 5명…당첨 후에 이혼했다 '덜미'

입력 2021-01-04 11:28   수정 2021-01-04 11:29

수도권에서 자녀 2명과 같이 거주하는 40대 D씨는 입주자모집 공고일 한 달 전 자녀가 3명 있는 30대 E씨와 혼인했다. 수도권 분양주택에 가점제로 청약 신청해 당첨됐다. 당첨된 직후 D씨와 E씨는 이혼했다. 이들은 주택청약 당첨을 위해 위장결혼과 이혼을 했다고 볼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의 현장조사 결과, E씨와 E씨의 자녀 3명이 모두 입주자모집 공고일 직전 D씨의 주소지에 전입했다고 밝혔다. 당첨된 후 원 주소지로 전출하고 이후 이혼한 사실을 확인했다. D씨의 주소지에 D씨, E씨와 각각의 자녀 5명과 40대 F씨 등 총 8명이 전용면적 49㎡ 소형 주택에서 주민등록을 같이 하고 있었다. 15평 집에 8명이 살고 있었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부양가족 수를 늘여 높은 가점으로 청약에 당첨되기 위한 위장결혼 및 위장전입이 의심된다고 보고 D씨와 E씨를 주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의뢰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상반기 분양 주택단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부정청약 현장점검 결과 위장전입, 청약통장 매매, 청약자격 양도 등 부정청약 의심사례 197건과 사업주체의 불법공급 의심사례 3건을 적발하고 수사의뢰했다고 4일 밝혔다.

수사결과에 따라 위반행위자에 대하여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부정청약으로 얻은 이익이 1000만원을 초과하게 되면 최대 그 이익의 3배까지 벌금에 처해진다. 위반행위자가 체결한 주택공급 계약도 취소되며, 향후 10년간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도 제한된다.

이번 현장점검은 분양단지 중 한국부동산원에서 청약경쟁률, 가격동향 등 정보를 바탕으로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에서 나왔다. 부정청약 발생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 21개 단지(서울 3개, 인천 4개, 경기 7개, 지방 7개)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현장점검에서 적발된 197건 부정청약은 유형별로 위장전입 134건, 청약통장 매매 35건, 청약자격 양도 21건과 위장결혼·위장이혼 7건이다. 가점제 부적격자를 고의로 당첨시키거나, 부적격?계약포기에 따른 잔여 물량을 임의 공급하는 등 3개 분양사업장에서 사업주체가 총 31개 주택을 불법 공급한 정황도 이번 점검 과정에서 적발됐다.

앞서의 사례 외에도 국토부는 ▲위장전입으로 수도권 주택에 특별공급 신청한 경우 ▲당첨확률이 높은 청약통장을 매수해 부정청약을 통해 당첨된 경우 ▲당첨자 명단 조작으로 가점제 부적격자를 불법 당첨시킨 사례 등을 공개했다.

위장전입으로 수도권 주택에 특별공급 신청한 경우는 국가유공자 유족 A씨의 경우다. 입주자모집 공고일 직전 수도권 내에 위치한 고시원으로 단독 전입한 후 수도권 내 분양주택의 국가유공자 특별공급에 당첨돼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직후 원 주소지로 다시 이전했다. 이에 위장전입에 의한 부정청약이 의심되어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당첨확률이 높은 청약통장을 매수한 경우도 있다. 가족 6명과 같이 거주하는 40대 B씨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C씨의 주소지로 전입했고, 수도권 내 분양주택에 가점제로 청약 신청하여 당첨됐다. 겉으로봐서는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국토부는 현장 조사결과 C씨가 B씨를 대리해 청약신청 및 분양계약을 한 것을 적발했다. 위임장 등에 서로 친족관계가 아닌데도 친족인 것으로 허위 기재한 사실도 확인됐다. 청약가점이 높아 당첨확률이 큰 B씨의 청약통장을 매수하고 C씨를 위장 전입시키는 방법으로 부정청약 당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다.

분양관계자가 포함된 경우도 나왔다. 30대 G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단독 세대주로 있는데도, 수도권 내 분양주택에 가점제로 청약 신청하면서 부양가족 6명이 있는 것으로 허위 기재해 당첨됐다. 가점제 청약 당첨자의 경우 당첨이후 사업주체가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를 통해 신청내역이 적정한 지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사업주체는 G씨를 부양가족 수 확인이 필요하지 않은 추첨제 당첨자로 명단을 관리하면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현장 조사에서 이 사업주체는 같은 방법으로 총 11명을 부정 당첨시켰다. 국토부는 사업주체와 당첨자 11명을 모두 주택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 등 조치하도록 요청했다.

한성수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주택시장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내 집 마련이 절실한 무주택 실수요자의 기회를 축소시키는 부정청약 행위에 대해 적극적이고 상시적인 단속활동을 통해 엄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약통장 및 청약자격을 양도해 부정청약에 가담한 경우, 형사처벌, 계약취소, 청약자격 제한 뿐만 아니라 장애인 또는 기초수급 대상자의 경우 공공 임대주택의 입주자 자격이나 각종 사회보장급여 수급권을 박탈될 가능성도 있는 등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월29일부터 2020년 하반기 분양단지 24개소(수도권 5개소, 지방 19개소)를 대상으로 부정청약 및 불법공급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청약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불법이 의심되는 단지에 대하여는 즉시 현장점검에 들어갔다. 지방자치단체에 부정청약 및 불법공급 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고 사업주체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도록 요청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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