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부 학대 알았다? 몽고반점이라면서 피부재생력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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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04 15:40   수정 2021-01-04 17:11

정인이 양부 학대 알았다? 몽고반점이라면서 피부재생력 거론



"올 때부터 전신에 몽고반점이 있었거든요. 모르는 사람들은 멍처럼 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기 피부 자체가 재생력이 다른 아기에 비해 느리긴 했어요."

정인이의 양모가 구속기소된 가운데 방임죄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가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아내를 변호하며 한 말이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는 지난달 8일 정인양 양모를 아동학대치사,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를 방치한 양부를 아동학대, 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만난 정인이 양부는 학대 사진에 대한 해명을 하며 "아기가 예민하니까 아기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힘든 상황이었다"라며 "아기가 이유식을 거부해서 너무 안 먹는 것 때문에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온몸에 생긴 멍자국에 대해서는 "아기 아토피가 많이 심해졌다. 귀, 볼, 그 다음 목까지 심해졌고, 올 때부터 전신에 몽고반점이 있었다. 목부터 종아리 발끝까지"라며 "모르는 사람들은 멍처럼 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피부 자체가 재생력이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긴 했다"고 설명했다.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이같은 양부의 해명에 대해 "무조건 아이의 기질 탓을 한다"면서 "멍과 몽고반점 얘기를 할 때 몽고반점이라고만 생각을 했다면 피부 재생력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일부분은 멍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부 재생력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인이의 상태를 본 의사들 또한 "외력에 의한 멍일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인다. 그 나이 대에 생기는 아토피는 태열 볼 주변에 각질을 동반해서 홍반이다. 아기는 그런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고 언뜻 일반인이 봐도 피부가 좋다"며 "전반적으로 몽고반점이 푸르스름하게 있다. 근데 자줏빛 자국들이 보이는데 이런 것은 몽고반점하고 상관없는 외상에 의한 멍"이라고 말했다.

사망 전날 CCTV를 확인해 본 결과 등원한 정인이는 선생님 품에 안겨 있을 뿐 걷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온 양부는 꼭 병원에 데려가라던 어린이집 교사의 당부에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김태경 교수는 "가지 않았다는 것은 가면 뭔가 드러날 여지가 있다고 걱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에는 적절히 방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계산이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변호사는 "살인 방조에 가깝지 않나 생각했다. 이 아버지도 (정인이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예감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2개월간 며칠 간격으로 멍이 들어온 정인이의 상태를 의심해 이를 사진으로 찍어온 어린이집 선생님이 가정내 학대를 확신하게 된 것은 허벅지 안쪽에 멍이 들어온 날이었다.

'어떻게 생긴거냐'고 묻자 양모는 "남편이 목욕시키다가 마사지해서 그랬다"고 했다.

정인이 양모는 대인기피증이 와서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다고 하며 두달간 등원하지 않았다.

두달 후 등원한 아이는 2개월 전보다 체중이 1kg 줄고 딴 아이가 돼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사망 전날에도 힘없이 축 쳐저있는 정인이를 그저 안고만 있었던 이유도 드러났다.

허벅지 멍과 온몸 상처로 인해 병원에 데려갔고 아이를 본 소아과 의사는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신고로 이어졌던 그 다음날 양모와 양부는 어린이집을 찾아와 "왜 병원에 말도 없이 데려갔느냐"고 따졌다.

어린이집 교사는 "저희도 신고의무자이지 않나"라며 "오히려 이 신고로 인해서 엄마가 더 예민해지고 계속 아이는 집으로 돌아갔고 집에서 점점 더 심한 일들이 일어난 것 아니냐"며 울먹였다.

섬세하고 기민했던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노력은 헛수고로 돌아가고 말았다.

죽은 뒤에야 증명된 학대.

응급실에서 정인이를 진료했던 남궁민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전날 CCTV 영상을 보고 "전날은 걷기라도 하네. (이때만 병원에 갔어도) 생존 가능성도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취재진이 "병원에는 왜 안 데려갔느냐"고 묻자 양부모 변호사는 "일부러 안 데려간건 아니다. 안일하게 생각한것 같다"면서 "학대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인하고 있고 아니면 모르는 상태다"라고 전했다.


현재 양모에게 적용된 혐의는 아동학대치사죄다. 검찰 관계자는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기소할 혐의는 다 기소했다”며 “(양모에게 살인의 미필적고의가 있다고) 그렇게 보기는 어려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소장과 대장 장간막열창 및 광범위한 후복막강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이같은 충격이 가해지기 위해서는 단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타격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실험결과가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살인죄를 적용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동학대가 아닌 살인의 고의가 있음에도 아동학대치사로만 기소하는 게 부당하다는 것이다.

정인양은 생후 7개월 때인 지난해 1월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이후 3월부터 밥을 주지 않는 등 방치가 시작됐고 6월부터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됐다. 지난 10월 13일 낮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 실려온 정인양은 끝내 숨졌다. 양모는 아이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남편에게 "응급실 데려가? 형식적으로"라고 메시지를 보냈으며 아이가 위중한 상태에서도 어묵을 공구했으며 아이 사망 이틀 후 식기세척기 관련 글을 커뮤니티에 남긴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어린이집 원장이라 두 달 전 정인이 모습을 보고 정상적인 상태가 아님을 알았어야 할 정인의 외할머니. 신고 의무자였던 그는 딸의 범행에 대해 "완벽하게 키우려고 잘 키우려고 했는데 잘 안돼서 미안하다고 했다"면서 "사진 보여주지 마세요. 무서워요"라고 절규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의로 작정하고 죽인 것과 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는 완전히 다른 범죄다"라며 "신체 가장 안쪽에 있는 췌장이 절단된 16개월 아이의 죽음을 어떻게 과실범죄로 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인이 사망은 양모에 의한 살인이다. 살인죄를 물어야 양부모의 극악한 범죄에 상응한 형법상의 최고 형벌이 구형될수 있다"면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주의적 청구로 살인을, 예비적 청구로 아동학대치사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들의 아동학대치사죄와 방임죄에 대한 재판은 오는 13일 시작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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