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큰손' 中, 원유 담보로 이라크에 구제금융

입력 2021-01-04 17:25   수정 2021-01-05 01:44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산유국이 휘청이는 와중에 중국이 막대한 원유 수요를 앞세워 글로벌 석유시장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유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이라크에 사실상 ‘구제금융’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라크 석유수출공사(SOMO)는 중국 기업과 원유 선불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이라크가 석유를 담보로 중국에서 1년간 무이자 대출을 받는 계약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이라크는 오는 7월부터 5년간 중국에 매달 평균 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공급하게 된다. 이 가운데 1년치인 약 20억달러(약 2조1600억원)어치에 대해 선불을 받는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중국이 이라크에 석유 거래 형식으로 사실상 구제금융을 해준 것”이라며 “중국은 원유와 함께 역내 영향력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SOMO는 이날 계약을 체결한 중국 기업이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블룸버그와 에너지 정보제공업체 S&P플래츠는 각각 소식통을 인용해 이 기업이 중국 전화(振華)석유라고 보도했다. 전화석유는 중국 국유 방산업체인 노린코(중국병기공업그룹) 산하 무역·정유기업이다.

이라크는 정부 수입의 90%를 원유 수출에 의존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유가 폭락에 재정난이 심해지면서 자국 최초로 ‘선불제’ 계약에 나섰다. 이 덕분에 중국은 ‘자유이용권’ 격인 파격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 SOMO에 따르면 중국은 원유 선적 시기를 비롯해 수출 목적지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목적지를 중국 외 다른 곳으로 정해 원유를 재판매해도 된다. 통상 중동산 원유에 엄격한 재매각 금지 조건이 붙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다. 최근 가격이 상승세인 원유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中 수요 앞세워 석유시장 세력 넓혀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산유국을 상대로 대출과 자산 매입 등을 늘리고 있다. 세계 각국이 원유 수입을 줄이는 와중에 중국만 원유 수요가 확장세라 이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늘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지난달엔 중국해양석유(CNOOC),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이라크 내 서쿠르나 대유전의 엑슨모빌 소유 지분을 인수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국유은행과 기업들이 이라크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앙골라 등 휘청이는 산유국에 돈을 빌려주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에너지 글로벌화’ 전략에 전화석유 등이 선봉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원유시장의 중국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위안화 위상도 뛰었다. 작년 7월엔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중국에 원유 300만 배럴을 위안화를 받고 팔았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가 달러화가 아니라 중국 위안화로 원유를 거래한 첫 사례였다. 이 같은 추세에 석유산업이 미·중 갈등의 장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페트로 달러’ 체제 종주국인 미국이 중국 정유사 등을 견제하고 나설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중국의 3대 통신사 상장 폐지에 이어 중국 3대 정유사도 퇴출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경제정보 제공업체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헤닉 펑 애널리스트는 “미 국방부는 이미 CNOOC, 페트로차이나, 시노펙(중국석화) 등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소유·통제하에 있다고 보고 있다”며 “에너지산업은 중국군에 중요도가 큰 산업이기 때문에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예상했다. NYSE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11월 서명한 ‘중국군 연계기업 주식투자 금지’ 행정명령에 따라 관련 기업 퇴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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