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박, 이란군에 나포…청해부대 호르무즈 급파

입력 2021-01-04 23:55   수정 2021-01-05 01:54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던 한국 국적 선박이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했다. 선박 나포는 이란 정부가 이란핵합의(JCPOA)를 파기하고 고농축 우라늄 작업을 재개한 날 일어났다. 이번 선박 나포로 중동 지역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나포된 선박은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외교부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이던 우리 국적 선박(케미컬 운반선) 한 척이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UAE에 주둔 중인 청해부대의 최영함도 출동했다고 했다. 나포된 선박은 부산에 있는 선사 디엠쉽핑 소속의 한국케미호로 UAE 동부 푸자이라항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해당 선박에는 한국·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국적의 선원 20명이 탑승하고 있었고 이 중 5명이 한국인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 선박의 나포 이유로 ‘반복적인 환경 규제 위반’을 내세웠다. 혁명수비대는 “해당 선박에는 7200t의 화학 물질이 실려 있었다”며 “이번 사건은 사법 당국이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선박은 이란 남부 항구 도시인 반다르아바스에 억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나포 선박 선사 디엠쉽핑의 곽민옥 대표는 “혁명수비대가 환경 오염을 나포 이유로 내세웠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나포된 선박은 유조선이 아니라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이었고 이 사실을 주이란대사관과 해경, 해양수산부와도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포되기 전 20년 경력의 일등항해사와 연락했고 마지막 위치를 명확하게 확인했다”며 “공해상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것”이라고 말했다. 곽 대표는 “당시 항행분리 통행로가 설정돼 있어 이란 쪽으로 들어가려면 기존 항행로에서 역주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상황 접수 직후 청해부대를 즉각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으로 출동시켰다”며 “향후 외교부, 해수부 등 유관부서와 다국적군(연합해군사 등)과 긴밀히 협조해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중동 외교’ 시험대
이란이 자국 영해가 아닌, 공해상에서 우리 선박을 나포한 데 대해 이란이 한국을 볼모로 미국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선박 나포 불과 몇 시간 전 한국 외교관이 국내에 동결된 이란 자산 상환과 관련한 협상을 위해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시중은행에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이란산 원유 수출대금이 동결돼 있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7월 “(이를 상환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한국 정부가 부채를 상환하도록 강제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은 주종관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우리 선박을 나포한 날 이란은 순도 20%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도 시작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15년 미국이 주도해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과 이란이 체결한 JCPOA를 전면 파기한 것이다. 이 합의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일반 원자력발전 수준인 3.76%로 제한하는 대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이란 제재를 일괄 종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8년 이 합의를 일방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재개하며 미·이란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 당선인은 JCPOA에 복귀하겠다며 이란과의 관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이날 선박 나포로 미국의 대중동 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란은 미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1주기를 맞아 반미(反美) 분위기가 거센 상황이다.

송영찬/강경민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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