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학대 신고 의사 "양부모, 겉으론 학대할 사람처럼 안보여"

입력 2021-01-05 11:29   수정 2021-01-05 13:38



생후 16개월, 입양된 지 271일 만에 온몸에 멍이든 채 참혹하게 숨진 정인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양부모를 재판에 넘기면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한 것도 논란이 됐다.

양모는 실수로 아이를 떨어뜨렸을 뿐이라고 주장했고 이를 뒤집을 근거를 찾지 못한 검찰은 아동학대 치사 죄를 적용했다.

응급실을 찾았던 정인이는 두개골과 갈비뼈가 부러지고 몸 안쪽 깊숙한 곳 췌장까지 파열된 상태였다. 뱃속은 온통 피로 가득찼다.

죄질에 비춰보면 형량이 높은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건데, 검찰은 정인이의 사망 원인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23일에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직접했던 소아과 전문의 A 씨가 입을 열었다.



3차 신고자였던 A 씨는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그날 어린이집 원장님께서 오랜만에 등원을 한 정인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인다고 하시면서 저희 병원에 데려왔다"면서 "저도 두 달 정도 만에 정인이를 본 상황이었는데 두 달 전과 비교해서 너무 차이나게 영양상태나 정신 상태가 정말 불량해 보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5월에 1차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아동학대 신고를 하셨을 때 허벅지 안쪽에 멍 자국에 대한 그 아동학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때 경찰들하고 아동보호기관, 그리고 부모님하고 같이 저희 병원에 갑자기 오신 적이 있었다"면서 "6월 경에는 그 정인이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오신 적 있는데 왼쪽 쇄골 부위가 부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진료 내용이 있었던 차에 9월 23일 날 정인이 모습을 보니까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심각한 아동 학대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신고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세 번이나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설사 그게 조사 과정에서 법적인 뚜렷한 물증이 없었다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어야 한다고 생각이 된다"면서 "아동학대는 사실 아닐 가능성이 99% 라고 하더라도 사실일 가능성 1%에 더 무게를 두고 접근해야 하는 그런 사항인 듯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이유가 있어서 사실 아동학대는 의심만 들어도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진행자가 "9월에 정인이 볼 때 고통을 호소한다든지 그런 게 있었나"라고 묻자 "이런 얘기가 15개월 아기한테 맞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체념한듯한 그런 표정이었다"면서 "원장님 품에 축 늘어져서 안겨 있었는데 제가 오랫동안 아이들을 많이 봐 온 경험을 비춰봤을 때 어른들로 치면 자포자기랄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병원을 내원한 정인이는 15개월짜리 아기답지 않게 축 늘어져서 걷지도 못하고 영양 상태는 너무 불량한 상태였다.

A 씨는 "양부모가 병원에 정인이를 데려왔을때 태도가 어땠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태도에 있어선 제가 참. 전혀 제가 아동학대를 하실 분처럼 보이진 않았었다"고 회상했다.



A 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어른들이 과연 아동학대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다시 재고해봐야 될 것 같고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 "어른들의 분노가 표현이 서툴고 저항 어려운 아이들한테 그대로 전가되는 일도 많다"고 했다.

이어 "아이를 낳는다고 바로 완벽한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또 아이를 양육하고 훈육하는 방법이나 또 어른들 스스로 감정 컨트롤하는 방법, 더 나아가서 인성발달을 위해서 책을 통해서든 또 매스컴을 통해서든 전문가들 통해서든 직접 배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 방송사가 캠페인도 하고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어린이집 교사들과 A 씨의 세심한 관찰과 기민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인이의 죽음을 막지 못한 현실에서 정치권에서는 법적 보완을 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평소 아이를 진찰하던 의사에게도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숨기고 심지어 양육독려 TV 영상에까지 출연해 손뼉 치며 아이와 행복한 모습까지 연출한 정인이 양부모.

어떤 처벌과 어떤 법령이 내가 왜 맞아야 하는지 이유조차 알지 못하고 아프다는 말 한마디조차 표현 못 한 채 극도의 고통 속에 죽어간 제2의 정인이를 막아낼 수 있을지 고민은 커가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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