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덜 받아도 팔아버리자"…강남에서 급매 나오는 이유

입력 2021-01-06 07:20   수정 2021-01-06 10:50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전용 84㎡ 아파트에 세를 주던 집주인 박모 씨(46)는 최근 집을 시세보다 2억원 낮춘 급매로 팔았다. 세입자가 퇴거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겨서다. 박씨는 세입자에게 전세기간 만료 후 이사하는 것에 대한 위로금으로 2000만원을 지불하겠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며칠만에 마음이 바뀐 세입자는 돌연 5000만원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박씨는 집을 급매로 매매해버렸다. 박씨는 “당초 퇴거에 합의했던 세입자가 갑자기 계약갱신요구권을 거론하면서 큰 돈을 요구했다”며 “매매 과정에서 되레 2억원이 넘는 금액을 손해보긴 했지만 이같은 사례를 시장에 남기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세입자에게 돈을 주지 않고 집을 팔았다”고 말했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서울 강남권에서 급매로 집을 처분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강남지역은 임대차법 이후 전세가격이 많이 뛴 탓에 계약갱신권을 둘러싸고 집주인과 세입자간에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집주인들이 집을 급매로 매각하고 있다.


6일 강남 대치사거리 인근 J공인 관계자는 “전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들과 세입자들간의 분쟁이 많다”며 “보통 계약만료 후 세를 빼고 나가는 과정에서 세입자들이 많은 돈을 요구하는 경우 갈등이 생긴다. 강남권은 전셋가격이 워낙 비싸니 새 세입자가 들어오면 통상 몇억원씩 올려받을 수 있는데, 이를 아는 기존 세입자들이 수천만원에서는 많게는 1억원씩 퇴거 비용을 요구하니 집주인들이 차라리 집을 팔아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 따르면 임대차3법 시행 이후인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임대차 관련 분쟁 상담 건수가 월 평균 497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100건)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관계자는 “임대차법 시행 후 상담이 늘었는데 특히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건이 많다”고 설명했다.

논현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도 세입자와 갈등을 빚던 집주인이 급매로 아파트를 매매한 사례가 나왔다. 이 일대 아파트를 중개하고 있는 I공인 대표는 “전용 59㎡ 아파트에서 6년간 보증금 1억에 월세 200만원을 주고 살던 임차인에게 계약 만료 후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자 세입자가 이사비를 달라고 했다”며 “세입자가 처음엔 2000만원, 다음엔 5000만원, 또 조금 있다가 7000만원까지 이사비 액수를 올리자 집주인이 넌덜머리가 나 집을 팔아버리겠다고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매수자는 많고 1억5000만원가량 급매로 매물이 나오다 보니 계약은 금방 성사됐다”고 했다.

실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세입자가 이사비·위로금을 요구했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퇴거를 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세입자도 생겨나다 보니 전세를 낀 갭투자 매물을 거래하는 건수도 느는 추세다. 서울부동산광장의 통계를 보면 지난 9월 179건이었던 강남구 아파트 거래 건수는 10월 215건, 11월 372건으로 늘었다. 서초구도 199건→233건→282건, 송파구도 226건→229건→311건으로 거래가 늘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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