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학원 문 열었는데 대치동 어학원은 원격수업? '혼란'

입력 2021-01-05 14:54   수정 2021-01-05 15:02


“시설 규모랑 상관없이 9명만 대면 수업하라는데 어느 학생을 골라 수업할지 어떻게 정합니까.”

수도권에서 9인 이하 학원 대면수업이 허용된 지난 4일. 서울 대치동의 A 어학원은 원생 없이 강사들만 출근해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이 학원은 건물 5개 층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지만 동 시간에 가르칠 수 있는 인원이 모든 교실을 합쳐 9명으로 제한돼 사실상 대면수업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학원 원장인 원 모씨는 “규모가 좀 큰 학원들은 사실상 대면수업이 여전히 금지된 상황”이라며 “한달 월세가 수천 만원이 나가는데 학생들의 계속 이탈하고 있어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수도권의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가 17일까지 연장된 가운데 학원 대면수업은 일부 허용됐지만 ‘9명 이하’ 규제를 놓고 학원들 사이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소형 학원들은 방역지침 완화에 맞춰 수업 재개에 나섰지만 중형·대형학원들은 원격수업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논란의 핵심은 ‘교습인원 9명 이하’ 조건이 시설 규모와 상관없이 1개 학원마다 적용됐다는 점이다. 소형 보습학원들은 건물 한 층에 여러 학원이 입주해 있어도 동 시간에 수업 인원을 9인 이하로 유지하면 된다. 반면 여러 층을 사용하는 대형학원들은 대부분 공간을 비워둘 수밖에 없다.

중·대형 학원들은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학원단체들은 이같은 지침이 나오자 소속 회원사들에 1개 층당 9명을 적용해 운영할 것을 안내하기도 했다. 교육당국의 단속에는 “단체 차원에서 교육당국에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학 특수임에도 학원들은 원격수업 연장 안내를 공지했다. 종로학원은 오는 11일 개강하는 재수선행반을 모두 원격수업으로 진행한다고 안내했다. 기숙학원 역시 개강을 연기했다. 메가스터디도 재수종합반과 기숙학원을 당분간 운영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법률상 학원으로 분류되는 영어유치원 역시 ‘9명 이하’ 지침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서울 중계동의 B 영어유치원 관계자는 “정부가 돌봄공백이 발생해 학원 수업을 일부 허용했다지만, 정작 영어유치원의 규모를 생각하면 대면수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소형 학원들과 예·체능 계열 학원들은 방역지침 완화를 반기고 있다. 서울 중랑구의 한 음악학원 관계자는 “4일 오전부터 바로 문을 열고 대면수업을 시작했다”며 “작년 11월부터 수업이 거의 불가능했는데 숨통이 조금 트였다”고 했다.

교육부는 대형학원의 경우 코로나19 전파차단을 위해 원칙적으로 원격수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생계가 어려운 영세학원을 위해 예외적으로 방역지침을 완화한 것”이라며 “대형학원들은 당분간 원격수업을 그대로 유지하길 권한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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