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입력 2021-01-06 17:37   수정 2021-01-21 18:37

노후를 준비하면서 나에게 떠오른 가장 큰 관심 사항은 어떻게 하면 늙어서도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 대부분의 노년층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고민일 수 있다. 젊을 때 열심히 뒷바라지해서 키운 자녀들이지만 장성한 자녀는 또 다른 독립적인 성인이 돼 부모의 곁을 떠난다.

늙어가는 내가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문제와 건강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안정돼 독립한 자녀들을 자꾸 내 인생으로 끌어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 스스로 새로운 것들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세상 중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 같은 소외감으로 우울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사항이 녹록지 않다. 늙어가니 우선 에너지와 생동감이 없어져 가고 상황 판단력도 예전 같지 않다. 눈은 더 침침해지고 기억력은 급격히 감퇴하고 있다. 기술 변화도 너무 빨라 나 때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장성한 자녀들의 도움이 더없이 필요하고 이제 늙고 쇠약해진 몸과 마음을 자녀들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싶지만, 내가 자랄 때와는 달리 자녀들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시대가 됐다.

독립해서 둥지를 떠난 자녀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 반려견을 키우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이것도 비용이 필요하고 잔손이 간다. 나보다 먼저 반려견이 이 세상을 떠날 경우 그 공허함을 이겨낼 자신도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없는 돈 낭비하지 않으며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인생을 보람 있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화가 필요한 사람에게 말동무가 돼주고 밥이 필요한 사람에게 밥을 나눠주는 일은 보람된 일 중 하나다. 나는 요즘 장성한 아들이 독립해 나간 그 빈자리를 노숙인을 돕는 기쁨으로 대신하고 있다. 1주일에 한 번 이들에게 준비한 식사를 나눠주는 일인데, 이들을 위해 장을 보러 갈 때, 이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 때, 이들이 내가 나눠주는 밥을 맛있게 먹을 때 아직도 누군가에게 나의 것을 나눠줄 수 있는 상황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내가 그저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뒷방 늙은이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들에게도 엄마의 나누는 삶을 보여주면서 본이 되는 것 같아 좋다. 남을 돕는 일을 통해, 정서적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고 인생에 대한 허무한 생각이 없어졌다. 남은 인생 더 많은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기쁨과 소망이 일어나면서 생기가 생겼다. 노년기에 겪을 수 있는 홀로 될 불안감과 외로움, 그리고 텅 빈 허전함이 없고 불면증이 없어 좋다. 작지만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니 늙어가며 자녀의 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이 되는 것 같아 더욱 좋다. 새해에는 노년기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 이런 나눔의 봉사에 도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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