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누리호 발사 연기, 기술축적 계기로

입력 2021-01-06 17:48   수정 2021-01-07 00:07

한국이 개발하고 있는 순(純)국산 로켓 누리호의 발사가 당초 계획보다 8개월 뒤인 오는 10월로 연기됐다. 누리호는 1.5t급 인공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 태양동기궤도에 직접 투입할 수 있는 3단형 로켓이다. 사용되는 엔진은 75t급 액체엔진과 7t급 액체엔진으로, 1단은 75t급 엔진 4기를 묶어 구성하고 2단에는 75t급 엔진 1기, 3단에는 7t급 엔진 1기가 사용된다. 그런데 75t급 액체엔진은 4개를 조립하는 과정에서 부품 불량에 따라 발사에 실패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부품을 교체하고 결함여부를 재점검해 발사하기로 한 것이다. 누리호 발사가 연기된 것은 아쉽지만, 우주로켓은 단 1%의 실수도 없다는 것이 확인됐을 때 발사하는 게 원칙이다.

자체 로켓을 갖고 있는 우주선진국들도 발사 연기는 물론 로켓이 폭파되는 쓰라린 경험을 안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3년 11월 주력 로켓인 H-2A 6호기가 발사 직후 폭발하는 바람에 인명피해까지 보았다. 하지만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실패 원인을 찾아내면서 이후 로켓의 발사성공률은 100%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29일에는 데이터 송수신 기능의 인공위성을 탑재한 제43호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해 연속발사 성공률을 경신했다. 주력로켓인 H-2A는 언제 발사해도 성공한다는 로켓기술의 안정화를 성취한 것이다. 중국도 발사 직후 추락한 로켓이 주변 마을을 덮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로켓 개발은 꼼꼼한 과정을 거쳐 100% 신뢰도를 확보해야 발사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한국을 지정학적으로 둘러싼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은 모두 우주선진국이다. 한국의 우주개발은 늦어도 한참 늦은 상태다. 자체 로켓이 없다 보니 우리 위성을 프랑스 등 외국 로켓에 실어 우주궤도에 올려야 한다. 자체 로켓이 없으면 우리 인공위성이 수명이 다 돼도 후속위성 발사를 로켓을 갖고 있는 나라의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한국이 자체 로켓을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지구의 삼림, 자연재해, 기상상태, 바다의 움직임, 그리고 북한의 군사적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려면 위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인공위성 수를 더 늘려야 하는 현실과 함께 2만~3만t급 대형 위성뿐만 아니라 500㎏의 소형위성 수요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우주선진국이 이미 대형 위성과 소형 위성의 혼합형 인공위성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전자부품 발달로 500㎏급 소형위성도 2만~3만t급 대형 위성의 성능과 거의 동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형 위성이든, 소형 위성이든 한국의 자체 로켓이 있어야 우리 일정대로 발사할 수 있다. 나아가 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의 인공위성도 돈을 받고 발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누리호 발사가 연기됐지만 크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 더욱 면밀하게 살펴 완벽하다는 판단이 섰을 때 발사할 수 있도록 국민들은 인내심을 갖고 주야로 로켓 개발에 매달리는 로켓개발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엄청난 규모의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이니만큼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도 있어야 한다.

1957년 당시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성공에 충격을 받은 미국 정부는 아폴로 계획으로 1969년 유인 달 착륙에 성공했다. 104세를 일기로 작고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는 “선진국이 되려면 거대과학의 하나인 우주과학기술의 벽을 넘어야 한다”며 일본 로켓개발의 기초를 닦았다. 지금도 일본은 총리가 직접 우주개발전략본부장을 맡아 진두지휘한다. 자체 로켓 보유는 우주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정권 따라 오락가락하는 우주정책으론 누리호 발사도, 우주개척도 성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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