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붙는 OTT 플랫폼 대전쟁

입력 2021-01-07 13:37   수정 2021-01-07 13:38

이제는 미디어와 IT분야를 나누어보는 것조차 과거지사가 되었다. 미디어 환경이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라 공중파방송에서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으로, IPTV로, 그리고 스트리밍으로 중층 복합적인 다매체 다채널로 급변하고 있다. 바야흐로 온라인동영상 서비스가 대세다. 디지털 동영상 미디어인 OTT(Over The Top)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넷플릭스라는 한 마리의 야수가 휘저은 OTT 플랫폼 대전쟁이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로켓배송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쿠팡이 ‘쿠팡플레이’를 출범시키면서 OTT분야에도 뛰어들었다. 일단 개문발차하는 모양새다. 쿠팡와우에 가입하면 월 2900원에 로켓배송부터 OTT까지 혜택을 누리는 서비스다. 약 500만 명이 넘는 기존 회원들에게는 추가 비용 부담이 없다. 신규 회원들의 유입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커머스 비즈 모델을 기본으로 하면서 OTT 콘텐츠를 부가하여 고객 커뮤니티를 강화하려는 경영전략이다. 여기에 클라우드를 갖추면 아마존닷컴과 같은 플랫폼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쿠팡 생태계’를 완성해 가려는 것이다.

이미 넷플릭스는 국내에서도 OTT 분야의 최강자가 되었다. 독보적인 오리지널 콘텐츠와 구독자들의 눈길을 90초 안에 사로잡는 큐레이션 알고리즘으로 경쟁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여기에 통신 3사의 ‘토종’ OTT들과 벤처기업 왓챠플레이가 부지런히 뒤쫒고 있다. 국내 플랫폼의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론칭한 OTT들도 숏폼 콘텐츠 제작 파이프라인에 투자하면서 OTT 플랫폼 대전쟁에 뛰어들었다.

콘텐츠 왕국 디즈니의 OTT인 디즈니플러스(Disney+)도 올해 한국에 상륙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작년 12월 10일 투자자설명회(Disney Investor Day 2020)에서 한국 등 국가에도 진출한다고 밝혔다.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콘텐츠 채널을 묶어서 상륙한다. 국내 통신 3사 모두 디즈니플러스와 제휴하기 위해 물밑 작업 중이다. 출범 이후 디즈니플러스의 성과는 놀랍다. 출범 1년 만에 868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면서 5년치 목표를 앞당겨 달성했다. 디즈니는 2024년까지 2억3000만명~2억60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겠다는 새로운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목표대로라면 얼추 넷플릭스를 추격하는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역설이다.

SK텔레콤과 제휴한 아마존닷컴도 현재는 이커머스인 ‘11번가’에 투자하는 차원이지만 추후 OTT인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국내에 선보일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글로벌 3강이 한국에서도 경쟁하게 된다. 국내 통신 3사와는 복혼(polygamy)의 제휴관계로 정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후는 변화무쌍할 게 틀림없다.

영상미디어 산업의 각축장인 인도의 OTT 플랫폼 시장 데이터가 우리에게도 참고할만하다. 저스트와치(JustWatch)의 작년 2분기 통계분석을 보면, 넷플릭스(20%), 아마존프라임비디오(20%), 디즈니플러스/핫스타(17%) 등 3강이 상위로 시장을 균점하고, 나머지는 자국내 OTT들이 할거하는 양상이다. 인도보다도 더 치열한 한국의 경우도 장기적으로 본다면 아마 비슷한 양상의 경쟁이 예상된다.


OTT 플랫폼 간의 경쟁은 연관 산업 분야로 파급효과가 넘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콘텐츠 제작 분야다. 최근 스튜디오드래곤 제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스트리밍 된 <스위트홈>의 성공이 눈에 띈다. 네이버웹툰의 지식재산권(IP)과 스튜디오드래곤의 제작 역량이 결합한 시너지 효과다. 현재 OTT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시청 순위 3위를 차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동남아와 중동 시장에서는 1위를 점하고 있다. 에이스토리 제작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에 이은 성과다. 넷플릭스와 제휴한 국내 스튜디오의 영업이익 마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스튜디오를 임차하는 등 직접 제작에도 뛰어들 태세다.

넷플릭스의 입장에서 본다면 K콘텐츠는 가성비도 훌륭하다. <스위트홈>의 경우만 보더라도 에피소드 당 30억원으로 시즌1 에피소드 10편의 제작비가 300억원이다. 미국에서 제작했을 경우 들어가는 비용의 절반 정도다. 이 정도의 투자로 시청률 상위에 랭크되는 콘텐츠를 수급할 수 있으니 한국 콘텐츠 제작에 투자를 늘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의 K콘텐츠의 장악력은 압도적이다. 참고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인 <하우스 오브 카드>는 에피소드 1편당 제작비가 100억원 정도였다.


K콘텐츠에 대한 가치평가가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OTT 플랫폼 대전쟁의 스필오버 효과다. 스튜디오드래곤, 에이스토리 등 콘텐츠제작사의 밸류에이션이 상향되고 있다. 여기에 지식재산권(IP) 업체인 디앤씨미디어와 시각특수효과(VFX)를 제공하는 덱스터 등 회사들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 플랫폼-콘텐츠 밸류체인에서의 변화가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중파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공영방송이라는 페르소나에 안주하면서 수신료에 의존하는 체제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KBS, MBC는 매년 1000억원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하고 또 나누어달라고 하는 설득은 국민들에게 부담만 줄 것이다. 변화하는 디지털미디어 시장의 파고를 역동적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디지털 미디어렙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코바코 주도의 방송 광고 시장 혁신도 요청되고 있다. 위기는 역설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다.

국내 OTT들도 ‘토종’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자세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미 한국은 디지털 미디어의 강국이다. 글로벌로 가는 디지털 제국의 마인드와 시각을 갖춰야 한다. 세계로 진출할 때도 ‘토종’을 강조할 것인가? 논리가 안 맞는다. 기업가정신이 요청된다. 개혁·개방과 혁신·성장의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민간 주도의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정책 입안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해가는 정책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고객들은 즐겁다. 볼거리가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상상력이 확장된다. 고객들을 향한 구애의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새로운 고객들이 창조될 것이고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 분야들이 생겨날 것이다. 관련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도 풍성해질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강국 대한민국의 도약이 기대되는 새해다.

< 고명석(미디어미학자, 《OTT 플랫폼 대전쟁》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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