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근로자 사고나도 징역"…감옥 문턱에 선 기업 CEO들

입력 2021-01-07 14:43   수정 2021-01-07 16:19


근로자의 사망·사고 시 경영진을 징역에 처하도록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된다. 50인 미만 기업은 2024년부터 해당하지만, 이들 기업과 용역·도급 계약을 맺은 50인 이상 원청기업은 내년부터 적용돼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7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법안에는 50인 미만 기업은 법 시행 후 2년 유예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대재해법은 내년에 법이 시행이 예정돼 있어 50인 미만 기업은 총 3년의 시간을 벌게 됐다.

하지만 이는 당초 원안보다 후퇴한 것이다. 원안에는 50인 미만 기업의 경우 법 시행 후 4년 유예하는 안이 담겼다. 정의당과 노조가 극렬 반발하자 또 땜질식 수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법안이 졸속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모순된 부분도 적지 않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원청기업의 책임은 그대로 뒀다. 즉 원청기업이 5인 미만 사업체와 하청 계약을 맺을 경우 하청업체 근로자 사고는 오롯이 원청기업의 책임이 된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체의) 사업주만 처벌할 수 없을 뿐이지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은 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논리로 50인 미만 기업은 법 시행이 유예되지만, 50인 미만 기업과 용역·도급 계약을 맺은 50인 이상 원청기업은 법이 바로 적용된다.

논란 끝에 장관·지자체장 등은 처벌 범위에 포함됐지만, 감독 권한을 가진 일반 공무원 처벌 규정은 ‘소극행정’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학원과 학원장은 처벌 대상이지만, 학교와 학교장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시외버스는 처벌 범위에 포함했지만 시내버스·마을버스 등은 빠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치적 고려만을 우선시해 경영계가 요청한 사항을 대부분 반영하지 않고 법안을 의결했다"고 비판했다. 경총은 이날 배포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국회 법사위 소위 의결에 대한 경영계 입장'에서 "유감스럽고, 참담함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경총은 "법안은 법인에 대한 벌칙 수준도 과도하며 선량한 관리자로 의무를 다한 경우에 대한 면책 규정도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처벌 규정을 담아 헌법과 형법상의 과잉금지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안은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과도한 의무를 부과한 후 사고 발생 시 중한 형벌을 부여해 기업들은 공포감에 떨어야 한다"며 "중대재해법보단 예방을 강화할 수 있는 산업안전예방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8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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