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모습을 바꿔가며 인류를 지배해 온 '미신'

입력 2021-01-07 17:30   수정 2021-01-08 02:47

과학의 시대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미신이 존재한다. 왜 우리는 아직도 미신을 믿는 것일까. 마약, 과학 등을 소재로 유쾌한 교양서를 내놨던 오후 작가의 《믿습니까?믿습니다!》(동아시아)는 이성과 합리의 시대에 미신으로 대표되는 비합리적 믿음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하나씩 풀어낸다. 미신이라는 큰 틀에 정치, 역사, 철학, 종교 등 인류사를 관통하는 모든 주제를 담아낸다.

미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탄생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류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종교와 비슷한 미신이 있었으리라는 주장이다. 수렵생활을 하던 시대에 더위와 추위, 태풍과 화재, 맹수 등을 이겨내기 위해 인류에겐 다양한 천운이 필요했다.

농경사회도 마찬가지다. 《총, 균, 쇠》를 쓴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농경을 “인류 최대의 실수”라고 했고,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기”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더 나아가 “농경은 인류 최대의 미신”이라고 말한다.

농경은 수렵채집 때보다 더 큰 영양 불균형과 허리 통증, 관절 질환까지 일으켰다. 저장을 통해 사유재산이 생기면서 싸움과 전쟁으로 이어졌다. 수렵채집 시절보다 더 큰 불행을 줬음에도 인류는 “농경이 우리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줬다”는 비합리적 신념을 갖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책은 고대 별자리에서 시작해 동서양의 미신을 섭렵하고, 종교와 사상을 거쳐 현대의 가짜 뉴스로 미신의 폭을 넓혀간다. 종교를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라고 정의내리는 발칙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종교 지도자 대부분이 현실적 문제를 신의 뜻으로 돌리고 그들의 구원은 사후로 미뤄버린다는 것이다.

사상도 마찬가지다. 종교보다 더 종교적인 사상인 공산주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인류의 믿음을 담은 민주주의, 그 모든 것을 자본의 논리로 수렴하는 자본주의까지 모든 것을 미신으로 통칭하며 지금 시대를 이성과 합리가 아니라 미신의 시대로 정의한다.

저자는 “인류는 원래 무분별하게 무언가를 믿는다”며 “인류는 그 믿음을 통해 좌절하면서도 희망을 발견해왔고, 좋은 쪽이건 나쁜 쪽이건 미신이 세상을 바꿨고 또 바꿔나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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