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난입 부추긴 트럼프…분열로 얼룩진 美 '민낯' 전세계 생중계

입력 2021-01-07 16:58   수정 2021-01-08 02:34


미국의 민주주의가 만신창이가 됐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대가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차기 대통령 확정 절차가 6시간 넘게 중단되면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도둑맞았다”며 지지자들에게 사실상 의회 난입을 부추겼다.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 당선인은 “우리 민주주의가 공격당하고 있다”며 각을 세웠다. 이번 사태 와중에 4명이 숨지고 시위대와 경찰이 최루가스 연기 속에서 대치하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TV에 생중계됐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상황이 발생해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날 의회 난입 사태의 서막은 낮 12시 조금 넘어 백악관 남쪽 엘립스공원에서 열린 ‘미국을 구하라’ 집회였다. 수천 명에 달하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불복을 위해 모인 자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회에서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지지자들에게 의회로 가서 항의하도록 독려한 것이다.


집회를 마친 지지자들은 오후 1시께 의사당까지 행진했고 이 중 수백 명이 의사당 진입을 시도했다. 대부분 백인 남성이었고 경찰의 제지도 소용없었다.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인증 절차를 밟고 있던 의회는 시위대가 들이닥치자 휴회를 선언했다. 상원의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는 워싱턴DC 육군기지로 대피했다. 시위대는 상원 회의장에 들어가 의장석을 점거한 뒤 “우리가 (대선에서) 이겼다”고 소리쳤다.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 책상 위에 발을 올린 시위대도 포착됐다.

의사당 중앙의 로툰다홀에는 경찰이 진압을 위해 쏜 최루가스 연기가 자욱했다. 노예제 옹호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를 든 시위대도 눈에 띄었다. 의사당 밖에 있던 시위대도 건물 바깥 계단에 진을 치고 성조기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깃발을 흔들며 세력을 과시했다.

의사당 난입 사태는 4시간이나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4명이 사망하고 5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 중 한 명은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 난입 사태 직전 의사당 인근에 있는 공화당과 민주당 전국위원회 근처에서 수제 폭탄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오후 6시부터 24시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이어 15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주방위군 1100명 가량에 동원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시위대는 이후에도 해산하지 않고 한참 동안 경찰과 대치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를 “시위가 아니라 반란”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좋은 대통령이든 나쁜 대통령이든 대통령의 말은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이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엔 ‘평화를 유지하라’는 트윗만 올렸을 뿐 시위대에 해산을 촉구하지 않았다. 그러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오후 4시 넘어 트위터에 올린 영상 등을 통해 시위대에 “귀가하라”고 했다. 하지만 시위대를 ‘애국자’라고 부르며 대선 불복 주장을 이어갔다. 또 “당신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안다”며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라”고 말해 사실상 의회 난입을 두둔했다.

상·하원이 선거인단 인증 절차를 재개한 건 이날 밤 8시부터였다. 시위대의 의회 난입으로 인증 절차가 중단된 지 6시간이 넘게 지난 뒤였다.

미 의회는 결국 날짜를 넘긴 7일 새벽 3시40분께 바이든 당선을 최종 인증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선거 결과에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1월 20일 질서 있는 정권 교체는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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