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본 가릴 처지 아니다"…한국드라마 현실 [연예 마켓+]

입력 2021-01-09 08:33   수정 2021-01-09 17:11



직구 사이트에서나 볼 수 있는 인스턴트 훠궈를 한국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 여고생들. tvN 수목드라마 '여신강림' 속 중국 브랜드의 무리수 PPL이 논란이다. 택배 상자, 버스정류장 광고판까지는 '흐린 눈'으로 모른척 넘어갔던 시청자들도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이게 한국이 배경인 한국 드라마가 맞냐"며 문제를 제기한 것.

특히 해당 훠궈는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판매되는 제품도 아니다.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 2만 원대에 판매됐던 상품. 이 장면 외에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 한국 길거리에서 보기 힘든 홍등 등 '여신강림'의 중국색은 PPL 뿐 아니라 여러 장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중국 자본 가릴 처지가 아닙니다"


논란이 불거진 후 드라마 제작사들은 씁쓸함을 표현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최근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고, 드라마 제작비 규모가 커지면서 간접 광고, 협찬 등을 마다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 "중국 자본이라 받는다"가 아니라 "중국 자본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라는 것.

특히 지난해 시청률 20%를 넘기며 대박을 터트렸던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도 SBS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적자가 예상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단순히 시청률 만으로 드라마를 만들어 수익을 내는 건 어려운 상황이다. 시청률이 좋아도 손해인 만큼, 시청률이 좋지 않으면 회당 4억 원씩 손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할 수 밖에 없고, 대형 자본, 투자 없인 제작 자체가 어렵다. "돈을 댄 기업에서 요구하는 장면, 설정들을 제작자들 입장에선 외면하기 힘든게 현실이다"라고 한다.
"PPL이 아니라 현실성 없는 설정이 문제"


중국 자본이 한국 드라마에 돈을 댄 건 '여신강림'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SBS '쓰리데이즈'에선 식당 예약을 하는데 중국 앱 타오바오가 등장했고, 2016년 tvN '도깨비'에서는 중국 칵테일 브랜드 RIO의 제품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여신강림'이 문제가 됐던 건 동떨어진 현실성이었다. 드라마 속 과도한 PPL은 언제나 비판의 대상이었다. 여기에 최근 '동북공정' 역사왜곡은 물론 김치, 한복은 물론 윤동주 등 독립운동가들까지 자신의 것이라 우기는 중국의 행태에 그 어느 때보다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무리한 중국 제품 PPL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

대중적인 반감은 시청률로 직결됐다. 첫 방송 당시 3.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여신강림'은 논란이 불거진 7회 방송에서는 3.9%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비판이 커진 직후 방송된 8회는 2.9%까지 하락했다.
중국 기업들, 말도 안되는 요구 '왜?'


'여신강림'의 주요 협찬사인 '징둥닷컴'(DJ.COM)은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정식 출시도 되지 않거나, 구하기도 힘든 제품을 광고하는 이유는 한국 드라마의 세계적인 인기를 의식해서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을 중국에서 방영하면서 아이치이가 중국 내 OTT 플랫폼 주류로 자리잡았다는 사례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한한령'으로 중국 내에서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건 공식적으로 금지됐지만, 중국인들은 여전히 VPN 등으로 우회 접속해 한국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소비하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 이효리의 '마오' 발언, SBS '런닝맨'의 대만 표기 등이 방송 직후 중국 내 SNS를 통해 논란이 됐던 것도 그만큼 한국 콘텐츠가 여전히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

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는 넷플릭스 등을 통해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글로벌 영향력 강화를 위해 한국 드라마에 제작 지원을 한다는 것.

실제로 '여신강림'이 한국 시청자들에겐 반감이 일었지만, 중국에서는 "자랑스럽다", "이게 중국의 힘", "중국 드라마를 보는 느낌" 등의 반응이 나왔다.

중국 자본에 잘못 휩쓸려 콘텐츠의 질이 하락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까지 활발했던 대만의 대중문화 콘텐츠 제작이 중국 자본에 흡수되면서 위기를 겪고, 할리우드에서도 중국 자본이 투입된 디즈니 영화 '뮬란' 등이 논란이 됐었던 만큼 "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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