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은 환율에 덜미가 잡혔다.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27% 줄었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원·달러 환율이 갑자기 하락한 영향이 컸다. 물건을 팔아 100달러를 남겨도 전분기보다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적어졌다.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 통제하기 어려운 악재까지 겹쳤다.
삼성전자는 8일 매출 61조원, 영업이익 9조원의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했다. 전분기보다 매출은 8.9%, 영업이익은 27.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인 9조3461억원을 3.7% 밑돌았다. 반면 1년 전과 비교해선 매출은 1.9%, 영업이익은 25.7% 급증했다. 코로나19에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엔 환율 하락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173원50전에서 석 달 뒤 1088원으로 7.3% 하락했다. 해외 매출 비중(2020년 3분기 별도 기준)이 86.9%에 달해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의 매출 구조상 환율 하락은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같은 100달러를 벌어도 환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반도체사업 영업이익이 4조원을 겨우 턱걸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웨이의 긴급 주문 등의 영향으로 2019년 이후 분기 기준 최고 영업이익(5조5400억원)을 기록했던 3분기보다 25% 이상 감소한 수치다.
그나마 체면을 세운 건 디스플레이 사업이다. 1조6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으로 2017년 2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 아이폰12에 납품하는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판매가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은 올해 2분기 10조원대에 재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D램 가격이 1분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오는 2분기엔 ‘확실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한 미니 LED TV인 ‘NEO QLED’와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의 북미 출시(3월)에 따른 실적 반등도 기대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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