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파티 끝날 땐 혹독한 겨울…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입력 2021-01-08 07:03   수정 2021-02-07 00:31


다우와 S&P 500, 나스닥 등 뉴욕 3대 증시는 물론이고 중소기업들이 상장돼 있는 러셀2000까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증세 및 규제 강화를 앞세우는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싹쓸이하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를 완성했는데도 오히려 호재로 인식할 정도로 시장은 들떠 있습니다. 증시 뿐만이 아닙니다. 가상화폐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은 4만달러를 돌파했지요. 작년 12월 6일 사상 처음 2만달러 벽을 깼는데 한달여 만에 두 배 넘게 뛴 겁니다.

미 정부 및 중앙은행(Fed)이 불을 지핀 유동성 기대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악재들을 모조리 덮어버리고 있습니다. 정부 재정 지원이나 유동성 공급은 ‘공짜 점심’이 아니란 게 분명한데도 “일단 지금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물론 경제가 작년 상반기 최악의 상황을 딛고 서서히 개선되고 있는 점을 선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지요. 하지만 현재 시점의 실물 경제는 그닥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우선 고용 불안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78만7000건에 달했습니다. 작년 8월 이후 매주 70만~80만 명의 새로운 실업자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신규 등록건수는 20만 명 남짓에 불과했지요. “고용 시장의 회복이 느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CNBC는 전했습니다.

고용률은 미 정부 및 Fed가 가장 중시하는 지표입니다. 정책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요. 미 정부가 작년 3월부터 쏟아낸 3조5000억달러의 대규모 부양책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들은 ‘유동성의 역습’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금주 초 미국경제학회(AEA) 연례 총회에 참석했던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201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시점이 되면 근로소득세 등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언젠가) 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급작스러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맞을 수 있다”고도 했지요.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를 지낸 머빈 킹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또 다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다수 금융회사의 재무제표상 자산 가치가 일순간에 대폭 평가절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Fed가 최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하기 전에 반드시 시장에 충분한 신호를 주겠다”고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유동성을 축소할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며, 그 때가 되면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Fed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작년 6월부터 매달 국채를 8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을 400억달러씩 사들여 왔습니다. 유동성 축소는 기준금리 인상과 같이 이뤄질 겁니다.

뉴욕 월가에서 30년 넘게 시장에 참여해온 케빈 심슨 캐피털웰스플래닝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월스트리트(증시)에는 이상이 없겠지만 메인스트리트(실물 경제)엔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동성 공급의 영향으로 증시가 순항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게 실물 경제의 호조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또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무한 가운데 과잉 부양책이 장기간 휴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유동성 파티가 끝날 때를 경고했습니다.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어젯밤 마감한 미 증시에서 특징적인 부분부터 짚어주시죠.

뉴욕 증시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약세를 보여왔던 아마존과 페이스북 알파벳 등의 주가도 많이 뛰었습니다.

S&P 500을 기초로 한 변동성 지수(VIX), 정확히 말하면 변동성 예측 지수인데요, 이게 하룻동안 10% 넘게 하락했습니다. 일시 급등했던 작년 10월 말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인 22포인트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시장 불안감이 낮아진 겁니다.

추가 부양책과 백신 보급으로 경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는 점이 가장 큰 배경입니다. 여기에다 미 상·하원이 조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을 공식 확인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을 걷어냈습니다.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마지막 두 석까지 가져가면서 민주당이 백악관과 양원을 싹쓸이하는 블루 웨이브를 완성시킨 점도 증시는 호재로 해석했습니다.

당초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재정을 대거 풀어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할 것이란 기대를 더 많이 반영했습니다.

▶어제 트럼프 지지자들의 소란으로 안타까운 상황도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이 조지아주 상원 선거에서 승리를 했고, 미 의회도 바이든 대통령 당선 확정하면서 '블루웨이브'를 실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완벽한 블루 웨이브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요.

미국 역사에서도 매우 이례적이고, 오점으로 기록될 만한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을 추종하는 지지자들이 워싱턴DC의 의사당을 점거한 겁니다. 폭력 사태가 빚어지면서 사망자도 4명 발생했습니다.

시장에선 완벽한 블루웨이브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증세와 규제 강화를 중시하는 민주당이 입법의 최종 보루인 상원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겁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 의석 100석 중 50석을 챙겼고, 부통령의 캐스팅보트 권한을 감안해 다수당 자리를 차지한 건 맞습니다만 굉장히 아슬아슬한 숫자입니다. 이탈표가 한 표라도 나오면 민주당 의도와 정반대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원과 달리 상원에선 필리버스터(의사 진행을 늦추기 위한 합법적 무제한 토론)도 허용됩니다. 의사진행 방해를 차단하고 표결에 들어가려면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여기엔 한참 모자라는 숫자라는 겁니다.

이런 점을 이유로 민주당이 오히려 공화당과의 협력 및 공조를 적극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겁니다.

▶다음주 챙겨봐야 할 이슈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요.

새 정부가 출범(1월 20일)하기 직전 주이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한 트럼프 책임이 큰 만큼 며칠이라도 탄핵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치적 혼란을 이유로 교통장관 등 임기 전에 스스로 사임하는 각료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다음주엔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2021’이 열립니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처음 온라인으로 개최되는데요, 여기서 주목 받는 정보기술(IT) 업체나 기술이 뉴욕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지표로는 Fed가 13일에 공개하는 베이지북이 있습니다. 베이지북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기초 자료로 쓰이는 경기동향 보고서입니다. 경기 전망과 고용 상황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 지가 관심입니다.

다음날인 14일엔 전 주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나옵니다. 실업률이 최대 현안인 만큼 기대치 대비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15일에는 미시간대 소비자 태도지수와 소매판매가 발표됩니다. 소비자 태도지수는 이달, 소매판매는 전달 기준입니다.

다음주에는 총 31개 기업의 전 분기 실적도 공개됩니다. 12일 델타항공 IHS마킷, 13일 블랙록 찰스슈왑, 14일 JP모간 체이스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입니다. 대형 금융회사의 실적 발표가 많은데, 금융업종에선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올 수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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