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겠다더니…"둔촌주공도 3.3㎡당 4000만원 충분"

입력 2021-01-09 08:36   수정 2021-01-09 10:36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이 됐다.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가 공개되면서 정부가 높아지는 집값을 잡겠다며 도입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되레 분양가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세금을 제대로 걷겠다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도입한 탓에 분양가 상한제 산정시 심의를 거치는 '택지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산정보다 5~10% 분양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결국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도입한 이유도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였지만, 세간의 지적처럼 세금 올리는 효과만 낳게 됐다.
래미안 원베일리 분양가…분양가 상한제 후 16% 올라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강남 분양단지 중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격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기존보다 16% 인상돼 사상 최고가로 결정났다. 서초구청은 제3차 분양가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통합재건축)의 일반 분양가격을 3.3㎡당 5668만6349원으로 승인했다.

분양가가 3.3㎡당 5600만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서울 아파트 중 최고 수준이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았지만, 작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산정 가격인(4891만원)보다 16%가량 분양가가 오르게 됐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총 2990가구 중 일반분양 224가구를 오는 2~3월에 분양할 예정이다. 의무거주기간이 10년 있지만, 주변 시세보다 반값이다보니 '로또' 아파트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는 지난해 7월29일부터 시행됐다. 이후 서울의 27개동에서는 민간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게 됐다. 아파트 분양가는 '택지비+기본형 건축비+가산비'를 통해 지자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가 결정하게 됐다. 정부는 '분양가가 5~10%는 내려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고, 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에서는 분양 일정을 바짝 당기거나 아예 미루면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고 했다.

전전긍긍하던 조합의 입장을 반색하게 한건 정부의 대책이었다.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공시지가를 현실화 시키겠다면서 공시지가 인상을 선언했다. 전문가를 비롯한 국민들은 '공시지가 현실화는 세금 부담만 높이는 서민 죽이기 정책'이라고 비난했지만,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 강화로 다주택자들이 던지는 매물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집값 안정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집값 잡겠다'며 도입한 공시지가 인상…분양가 상한제에 유리해져
인상된 공시지가는 분양가 산정에 중요한 요소인 택지비에 반영된다. 기본형 건축비나 가산비의 경우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해도 택지비는 정부가 매년 두 번씩 발표하는 공시지가에 결정된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택지비 감정평가액은 내놓게 되는데, 래미안 원베일리는 지난해 11월 3.3㎡당 4200만원으로 택지비를 받아놓은 상태였다. 때문에 HUG가 제시한 금액 보다는 당연히 높고 5000만원은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던 터였다.

이번 래미안 원베일리 사례를 지켜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공포감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분양을 미루거나 후분양을 고려했던 사업장들도 '분양가 상한제'로 재시동을 걸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HUG 보다 낫다'는 분위기에 상한제 지역 지정을 꺼려할 이유도 없어졌다. '깜깜이 심사' 논란의 HUG에 대한 반발도 커질 전망이다.


예비 청약자들을 비롯해 관련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아파트는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기존 집행부가 모두 물러나고 부장판사 출신의 한모 변호사를 조합장 직무대행자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지난해 분양가 산정을 두고 기존 집행부는 'HUG 분양가(3.3㎡당 2978만원)'를, 조합원 모임들은 '분양가 상한제(최소 3500만원)'를 내세우면서 갈등이 터졌다. 현재로써는 조합원 모임의 주장이 맞아들어가고 있다. 조합 안팎에서는 당초의 예상을 뛰어넘어 3.3㎡당 4000만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총 1만2032가구를 짓는 이 사업은 4786가구를 일반분양으로 예정됐다.

한편 김현미 전 장관은 재임시절 수시로 '분양가 상한제'를 언급하면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19년 6월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 나와 "민간 택지에 조성하는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롤 통해 고분양가를 관리하는데 실효성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같은해 11월에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김 전 장관은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며 "분양가 회피시도가 확인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분양가 안정은 결국 기존 주택가격 안정을 통해 시장 전반의 안정에도 기여한다"며 분양가 상한제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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