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거문제 송구하다"면 시장친화 대책으로 보여주길

입력 2021-01-11 17:46   수정 2021-01-12 00:13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집값 폭등과 극심한 전세난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만시지탄이지만, 국민에게 고통을 안긴 책임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인 점은 다행이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며 새해 첫 국무회의에 이어 다시 한번 ‘공급확대’를 강조했다. 수요억제 일변도였던 정책기조에 공급확대를 가미할 뜻을 내비친 점에서 신년사 중 가장 주목된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1년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졌다. 작년 신년사에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은 자신 있다”던 근거 없는 호기로움으로 재차 다짐만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1년 새 20.3%(3.3㎡당 3352만원→4033만원) 올랐고, 현 정부 3년 반으로 넓히면 총 74% 뛰었다. 24차례에 걸쳐 대출·세금·임대차 등에 온갖 규제책을 다 동원해 받아든 성적이다. 오죽했으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에 이어 ‘퇴끌’(퇴직금 끌어당긴다)까지 나왔겠나. 호텔방을 개조하는 비현실적 대책에, 화려한 인테리어의 공공임대 ‘쇼’만 했다는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사과가 진정성을 갖고, 국민 공감대를 얻으려면 정책기조의 대대적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주택 수요자를 투기세력으로 간주하는 ‘시장과의 전쟁’이 아니라 시장 친화적 대책을 위해 전문가들의 제언에 귀를 열어야 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언급한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 고밀도 개발은 물론, 민간의 주택공급을 촉진할 인센티브와 규제완화책으로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

아쉬운 부분은 여당이 어제 ‘당정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완화를 검토한다’는 보도를 극구 부인한 점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대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수 있는 ‘퇴로’를 열어주는 것도 시장 매물을 늘리는 공급확대책이 될 수 있다. 차제에 집을 사지도, 팔지도, 보유하지도 못하게 만든 부동산 중과세도 손질해야 할 것이다. 이는 선거용 선심이나 정책 후퇴가 아니라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설 전에 내놓겠다는 대책에서도 반(反)시장 정책기조가 변함없다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대통령이 마지못해 사과했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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