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진출 5년] '콘텐츠 블랙홀' 넷플릭스에 제작사 줄 선다

입력 2021-01-11 17:53   수정 2021-01-11 18:18



“전 세계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2020년 한국 콘텐츠의 시청량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년 대비 아시아에서 4배, 미국 캐나다 포르투갈 스페인 등 북미와 유럽에선 2.5배 증가했다.” 미국 디지털 매체 바이스는 지난달 K콘텐츠 열풍에 대해 소개하며 이같이 분석했다.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에 소개되며 시청량 자체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5년만에 국내 콘텐츠 산업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K콘텐츠의 파급력이 이전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아시아 등 특정 지역에서 일부 작품이 인기를 얻던 데서 벗어나 넷플릭스를 통해 다수의 작품이 세계 각국에서 흥행하고 있다. 국내 제작사들은 이때문에 넷플릭스와 협업에 적극적이다. 반면 극장과 지상파 방송사 등 전통 플랫폼은 위기에 처했다. 극장과 TV 대신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류 수혜·창작 자유…제작사들 “새로운 기회 열렸다”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공급하는 한국 콘텐츠는 430여편에 달한다. 이중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70편이다. CJ ENM, 카카오TV 등 주요 콘텐츠 업체와 국내 최대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OCN의 ‘경이로운 소문’, 카카오TV의 ‘도시남녀의 사랑법’ 등 최근 20~30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드라마도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되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작품들도 잇따르고 있다. 현빈·손예진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은 지난해 혐한 분위기에도 일본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은희 작가의 ‘킹덤’은 미국, 유럽 등에서 K좀비 열풍을 일으켰다. 지난달 나온 이응복 감독의 드라마 ‘스위트홈’은 공개 직후 세계 넷플릭스 순위 3위에 올랐다.



국내 제작사들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작품을 국가별로 수출하는 대신 넷플릭스가 진출한 190개국에 한꺼번에 소개할 수 있어서다. 넷플릭스의 작품을 만든 이력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콘텐츠 수출에 따른 파급효과가 제작업계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미국, 그리스, 이스라엘 등 여러 국가의 제작자들과 협력하며 해외 진출 판로를 더욱 넓히고 있고, 한때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더빙 업계 등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넷플릭스와 작업하려는 제작자들도 많다. 넷플릭스가 많은 제작비를 대주므로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했던 대작을 만들 수 있다. 소재나 표현의 제약도 없어서 좀비, 괴물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다룰 수도 있다. 이때문에 최근 넷플릭스엔 매주 80~100여 편의 국내 작품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극장·지상파 위기 심화…건너뛰고 넷플릭스 직행 잇달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새로운 플랫폼의 출현으로 전통 플랫폼의 위기는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콜’ ‘차인표’ 등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넷플릭스에서만 상영하는 국내 영화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송중기, 김태리 주연에 2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승리호’도 다음달 5일 넷플릭스에서만 공개된다.

지상파 방송사 등도 직격탄을 맞았다. TV를 두지 않거나 케이블 채널을 해지하고 OTT를 이용하는 ‘코드 커팅(cord cutting)’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외주 제작사들 사이에도 지상파보다 넷플릭스와 드라마 작업을 하려는 경향이 나타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중파 TV에서 드라마를 방영하려면 주요 시간대의 편성을 어렵게 따내야 하고, 인기 배우를 섭외해야 하는 등 제약이 알게 모르게 있었다”며 “넷플릭스에선 이런 전제 조건들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제작사들이 넷플릭스 행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9월 별도 법인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를 세우고 한국 콘텐츠 기획과 발굴에 본격 나섰다. 오는 3월부터는 4800평대의 콘텐츠 스튜디오도 운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확산으로 극장 등을 찾는 사람들도 급격히 줄어들며 보다 많은 콘텐츠가 넷플릭스로 갈 것으로 보인다.

김세환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주임연구원은 “시대가 변하며 콘텐츠 이용 패턴이 바뀌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시장이 정상적으로 재편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또 “기존 플랫폼을 무작정 보호하기 보다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어 두는 게 중요하다”며 “이들도 자체적으로도 새로운 시대에 맞춰 제대로 변화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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