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침묵…더 쪼그라든 이낙연 '사면론'

입력 2021-01-11 17:02   수정 2021-01-12 01:54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년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내 입지가 더욱 쪼그라들 위기에 처했다.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는 오는 14일 이후에도 사면에 대해 발언하지 않으면 이 대표의 차기 대선 출마 자체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물론 ‘통합’, ‘화해’, ‘갈등 해소’ 등 사면을 연상시킬 수 있는 의례적인 용어도 언급하지 않았다. 사면론과 관련해 논란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적절한 시기에 대통령에게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후 당원과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 대표는 사면 문제와 관련해 당내 공식 논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강성 당원들은 이 대표 재신임, 차기 대선 출마 금지 등 극단적인 주장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 친이낙연계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해 주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사면과 관련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있으실 걸로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사면과 관련한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으면서 현재까지 이 대표의 사면론은 민주당과 청와대 모두의 외면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3·1절에 박 전 대통령이 사면받고 이 전 대통령은 형 집행정지로 풀려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즉각 부인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정치적 승부수였던 사면론이 차기 대선 전망을 오히려 불투명하게 만드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사면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자 대통령 지지율 회복을 위한 중요한 카드 중 하나였다”며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뜻에 앞서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는 오는 14일 이후 사면과 관련한 발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대선이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 대표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사면 발언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얘길 꺼냈고 이 대표가 자기 의견으로 얘기해 여론의 반응을 살펴봤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 농단’ 등 혐의로 2017년 3월 구속된 이후 수감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2018년 3월 구속됐다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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