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년 내내 '관제 일자리'로 분식한 정부, 對국민 사과해야

입력 2021-01-12 17:38   수정 2021-01-13 00:58

고용노동부의 ‘12월 노동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공공일자리에 울고 웃는 국내 고용시장의 취약한 구조가 거듭 확인된다. ‘관제(官製) 일자리’ 만들기가 주춤해지자 고용통계가 바로 악화되는 딱한 현실이다.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의 한계와 ‘일자리 정부’ 고용정책 민낯이 드러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통계청 조사와 달리 고용부가 내놓는 이 자료는 월별 고용보험 가입자 증감으로 일자리 추세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가 전년 대비 23만9000명 증가에 그쳤다. 11월(39만4000명)과 비교하면 40%가량 감소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30만 명 규모에 달한 희망근로사업이 11월에 끝났다는 사실이다. 4차에 걸쳐 추가경정예산까지 짜가며 공공고용을 늘렸으나 재원이 바닥나자 바로 없어져 버린 일자리였다. 고용부도 관제 일자리의 이런 한계를 대체로 인정은 하고 있다.

재정을 총동원한 공공일자리 만들기는 현 정부 들어 4년째 계속되고 있다. 나랏빚으로 일자리를 만들면 고용통계가 조금은 호전되지만, 지난달처럼 집행예산이 떨어지면 바로 악화돼 전형적인 ‘통계 분식(粉飾)’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 1호’가 일자리위원회 출범이었고,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았던 것을 돌아보면 어이없는 결과다. 떠들썩했던 청와대의 ‘일자리 상황판’도 ‘알바’나 다름없는 관제 일자리로 메우려는 취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근본 문제는 시장에서 나오는 민간의 ‘버젓한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공공고용’에 매달리는 정부의 딱한 처지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세금을 내는’ 제대로 된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오도된 정책 탓이 크다. 과속 인상한 최저임금, 무리한 주 52시간제와 노동계 요구를 대거 반영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안 등 친(親)노조 정책부터 최근의 ‘기업규제 3법’까지 다 그렇다. 고용절벽은 코로나 충격 때문만이 아니다.

관제 일자리는 고용시장과 통계 왜곡만 초래하는 게 아니라 비정상적인 실업급여 수급자를 양산해 고용보험 제도의 근간까지 흔들고 있다. 청년백수 등 고용시장 바깥 구직자들의 절규를 정부가 귀 기울이는지 의문이다. 오죽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까지 정부의 일자리 사업을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책”이라며 대통령 신년사에 대해 ‘공허한 청사진’이라고 맹비판하는 지경이 됐다. 문 대통령은 악화된 주거문제에 대해 사과했지만, 더 진지하게 사과할 것은 오도된 일자리 정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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