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무주택자…"매매가·전셋값·분양가 '다' 올랐다"

입력 2021-01-16 08:25   수정 2021-01-16 14:37


정부가 누르고 눌러도 새해 들어 집값이 더 뛰고 있다. 이젠 서울에서 외곽지역 아파트들도 10억원은 있어야 매매가 가능한 수준이 됐다. 중저가 단지들이 많은 외곽지역에서도 이제는 '싼' 아파트를 매매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매물 누적 현상으로 잠시 주춤하던 전셋값도 상승세다. 설상가상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이후 떨어질 것이라 예상됐던 분양가격 마저 뛰면서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시장에선 매매가, 전세가, 분양가 모두 상승하면서 주거와 관련한 비용은 ‘다’ 올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중순부터 정부가 전방위적인 고강도 수요억제책을 연이어 내놓은 것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무주택자들은 유주택자와 자산격차가 벌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벼락거지'로 내몰렸다.

주택관련 비용들은 오른 반면 '영끌'이라도 가능했던 각종 대출길은 막히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신용대출 우대금리와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정부는 신용대출을 더 조이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규제에 나선 상황이다. 올해들어서도 정부는 시중은행에 신용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뒤늦게라도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싶어도 대출마저 어려운 처지가 됐다.
강북 외곽도 '싼' 아파트 없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아파트 매맷값 오름세가 가팔라지는 중이다. 서울 25개구는 모두 중형 면적 기준 '10억 클럽’에 가입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도봉구에서 창동 '주공19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99㎡는 지난달 31일 10억7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단지 전용면적 90㎡도 지난달 19일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도봉구에서 130㎡ 이하 매물이 10억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봉구에선 창동 ‘동아청솔’ 아파트 84㎡ 실거래가도 지난달 9억5000만원까지 치솟으며 10억원을 넘보고 있다. 1년 전 8억원 안팎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에 비하면 1억5000만원이 치솟았다. 아직 서울 내에서 전용 84㎡ 기준 10억원을 돌파한 단지가 없는 곳은 도봉구가 유일하다.

이 밖에 노원구 중계동에서는 '청구' 전용 115㎡ 아파트가 지난달 15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노원구에서 대출금지선인 15억원을 최초로 돌파했다. 한 달 전 최고가(13억4500만원)에 비해 2억2500만원 급등한 것이다. 인근 '신동아 아파트' 같은 면적도 지난달 19일 14억원에 거래되며 한 달 새 1억5000만원 급등했다. 이 지역 I공인 대표는 "최근 전용 59~84㎡ 등 중소형 평수가 10억원대를 훌쩍 넘어서면서, 대형 면적들도 줄줄이 가격이 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아파트 전세시장의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임대차 보호법 시행으로 작년 하반기 급등했던 전셋값은 작년말에는 겨울철 이사 비수기로 상승폭이 줄기도 했다. 전셋값 급등에 따라 일부 수요가 매매로 돌아선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높아지는 집값에도 대출한도는 줄었고, 본격적인 봄 이사철을 앞두고 있어 전세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5억6702만원으로, 전달(5억3909만원)보다 5.2%(2792만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직전이었던 지난해 7월 4억6931만원에서 불과 5개월 사이에 1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에선 '규제 무용론'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분양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서초 반포에서 분양하는 래미안 원베일리는 최근 서초구로부터 3.3m²당 5668만6349원의 분양가격에 승인을 받았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곳이지만 지난해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했던 분양가(3.3m²당 4891만원)보다 700만원 가량 상승했다. 주변 아파트 시세의 60% 수준에 그치지만 역대 아파트 분양가 중에서는 최고 금액이다.


값비싼 강남지역 분양가가 고가 논란을 빚는 이유에는 앞으로 다른 분양 사업들의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앞으로 줄줄이 다른 재건축 사업들도 분양가가 비싸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분양가가 올라가면서 예비 청약자들은 대체로 낙담하는 분위기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물량이 늘면서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거나, 가점이 낮은 무주택 신혼부부 등이 노릴 수 있는 특별공급 물량이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부가 시행 시 분양가격이 10% 이상 저렴해진다고 주장하던 분양가 상한제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시장에선 ‘규제 무용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만 일곱 번에 걸쳐 크고 작은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을 잡지 못했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대출부터 세금, 임대차까지 대부분의 규제를 쏟아부었지만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만 높힌 것이다.
서울 3.3㎡당 분양가 2800만원 돌파…전용 84㎡ 9억원 넘어
실제 분양가도 오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2월 말 기준 2832만원(㎡당 856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4.03% 오르면서 처음으로 2800만원대를 넘어섰다. 지난 11월만 하더라도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2722만원이었으나, 한 달 새 100만원 이상 올랐다.

평균 분양가를 기준으로 보면, 일반인들이 선호하는 주택형인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를 9억원을 훌쩍 넘게 됐다. 3.3㎡당 2700만원대만 9억원대 초반으로, 아파트의 분양가 책정에 따라 8억원 후반까지도 분양가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2800만원대가 되면, 9억원을 확실히 넘게 된다.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특별공급분이 배정되지 않는다. 무주택자들이 노리는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등과 같은 특별공급은 중형에서 아예 기회조차 없다는 얘기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정부는 고가 주택에 높은 세율을 매기고 지역별로 차별 규제를 행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을 이어가면서 규제를 피한 지역의 집값이 계속 오르는 ‘풍선효과’를 낳았다”며 “집값이 오르면 전세물량이라도 넉넉해야 서민 주거가 해결이 되는데 연이어 임대차법을 내놔 전세 공급도 막았다”고 말했다. 이어 “각종 세제, 대출, 상한제 등 의도대로 효과를 발휘한 대책이 없는 셈으로 이쯤되면 정책 방향에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되돌아봐야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 꿈꾸는 공기업 직장인 박모 씨(35)도 "직장 때문에 서울 살이를 하고 있는데 주거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며 "전셋값 오름세가 감당이 안돼 매매를 알아봤는데 대출도 안나오고 자력으론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나마 내린다고 하던 분양가 마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고 하니 막막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안혜원 /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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