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다른 '전국민 재난지원금' 효과 분석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1-01-14 09:30  


처음엔 '전(全)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이라며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보편적 지급을 밀어붙였다. 이후 두 번은 직접 타격이 큰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선별적 지급에 나섰다. 시행착오임에도 다행인 점은 선별 지원이 재난지원의 취지에 맞는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것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 목소리가 여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하고 있다. 세 번에 한 번은 보편 지급을 하는 게 '황금률'이라도 되는지, 해가 바뀌어 국민들 기억이 흐릿해졌을 거라 여기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퍼주기' 포퓰리즘이란 설명 밖에는 마땅한 답을 찾기 어렵다.

돌이켜보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이 소비지출 확대, 경기 진작, 국내총생산(GDP) 증대 기여로 이어지는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국민에게 현금과 같은 지원금을 주는 것도 재정지출의 한 형태(이전지출)이다 보니 재정지출 승수효과로 설명이 가능했다. 국내외 여러 연구기관과 유명 경제학자들의 수많은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이전지출의 승수효과(GDP 기여 효과)는 1은커녕, 0.5에도 한참 못 미친다.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면 추가적인 소비지출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50만원 이하라는 얘기다.

마침 작년 말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노동연구원의 1차 재난지원금(전 국민 재난지원금) 효과 분석 보고서가 비슷한 시기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대동소이하겠지 싶었지만 결과는 뜻밖으로 나왔다. 소비지출 증대 효과에 대한 양 기관의 결과값이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KDI는 전체 지원금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 기준)가 일어났다는 결론(KDI 정책포럼 최근호)을 얻었다. 그러나 노동연구원은 72.1% 만큼의 소비증대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노동리뷰 2020년 12월호)했다. 똑같은 재난지원금(중앙정부 약 14조원, 지자체 약 3조원)을 대상으로 한 분석인데도 두배 이상 차이를 보인 것이다.

분석 방법상의 큰 차이가 원인이었다. KDI는 효과를 엄밀하게 추정하기 위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매출액 추이를 추정해 대조군(群)으로 설정했다. 손쉬운 비교를 위해 재난지원금 사용 불가 업종들의 시·군·구별, 주간 매출액 추이를 사용했다. 비교 기간도 코로나 사태 발발 전인 전년 동기로 잡았다.

하지만 노동연구원은 비교 시기를 △코로나 확산 전(1기: 1월1일~2월18일) △확진자 증가기(2기: 2월19일~4월17일) △확진자 감소 및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3기: 4월18일~5월13일) △재난지원금 지급 시작(4기: 5월13일~7월8일) △재난지원금 지출이 완료되는 시기(5기: 7월9일~8월말) 등 5개로 나눴다. 그리고 거리두기 완화 효과가 포함되지 않도록 4기와 3기를 비교하는 식으로 효과를 분석했다. 코로나 발발 전과 비교한 전년 동기 대비가 아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KDI는 전국 카드매출 총액을, 노동연구원은 국내 시장점유율이 54.6%에 달하는 특정 카드회사의 일별 사용액을 기준 삼았지만, 이게 중요한 차이를 불러오진 않았다.

대강 정리해본 분석 방법의 차이인 데다,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는 접근법이라고 한마디로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국책연구기관들의 재난지원금 효과 분석이 동원한 방법과 결과에서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면 정책 당국은 물론, 국민들도 헷갈리기 딱 좋다. 다시 한번 전 국민 지급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으니 더욱 난감할 수밖에 없다.

많은 재정승수 연구결과와 비교해보면 KDI 쪽이 좀 더 상식에 근접했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이렇게 보는 사람들은 노동연구원의 방법 설계에 다른 의도가 개입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추론과 의심일 뿐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효과 분석이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 아닐 텐데, 국책연구기관들이 오히려 논란거리를 만들어서야 되겠나 하는 점이다. 정치적 편 가르기가 워낙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하는 말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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