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암·치매 해결하고…3D프린터로 인공고기 만든다 [안정락의 IT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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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14 09:48   수정 2021-02-11 00:31

AI로 암·치매 해결하고…3D프린터로 인공고기 만든다 [안정락의 IT월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페이스북….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를 이끌어가는 대표적 빅테크 기업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을 강타한 지난해 이들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전환(트랜스포메이션)’에 속도를 냈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이코노미’가 확산하면서 디지털 인프라 구축도 빠르게 이뤄졌다. “2년치에 해당하는 디지털 전환 수요가 두 달 만에 일어났다”(사티아 나델라 MS CEO),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3년 걸렸을 디지털 혁신이 8주 만에 이뤄졌다”(루보미라 로셰 로레알 최고디지털책임자)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은 이 같은 글로벌 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5년, 10년 후 미래를 그려볼 다양한 기술과 제품, 서비스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구글, 아마존 등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전시회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CES의 주인공’이었다. 행사에 참가한 수많은 기업이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구글과 아마존 기술을 담았기 때문이다.

올해 CES에선 AI뿐만 아니라 5G(5세대) 이동통신, 로봇, 가상·증강현실(VR·AR),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사물지능(AIoT·사물인터넷+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첨단 기술을 활용한 미래 사회의 모습이 제시됐다. 자율주행 기술은 레이싱카 경주대회(올 10월 ‘인디 자율주행 챌린지’)를 열 만큼 진화했고, 동물원 구경도 VR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치매 등 난치병 문제 해결하는 AI
인류의 난치병도 이젠 AI가 해결해 주고 있다. IBM은 이번 CES에서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함께 사람들이 주어진 그림을 어떻게 묘사하는지를 분석해 알츠하이머(치매)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하는 AI 시스템을 선보였다. 일종의 언어 테스트로, AI 모델이 사람의 표현에서 문법 오류와 어색한 문장 등 인지 능력 저하를 찾아낸다.

IBM 연구진은 5000여 명을 대상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미국 프레이밍엄심장연구(FHS)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모델을 훈련시켰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모델은 70% 이상의 정확도를 보여 다른 임상 예측(59%)보다 우수한 성능을 나타냈다. 평균적으로 증상이 발현되기 7년 정도 앞서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을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반지로 결제하는 시대 온다
글로벌 카드회사 비자는 올해 CES에서 ‘결제 반지’ 등 다양한 웨어러블(착용형) 방식의 결제 수단을 공개했다. 2021 도쿄올림픽 공식 파트너인 비자는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현금이나 신용카드, 휴대폰 등이 없어도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결제 반지에는 통신모듈 기업 젬알토의 결제용 칩과 안테나 등이 탑재돼 있다. 근접무선통신(NFC) 기능을 지원하는 단말기 앞에서 반지를 흔들기만 하면 결제가 끝난다. 겉모습은 별다른 꾸밈 없는 세라믹 소재로 이뤄져 있으며, 20여 개 사이즈로 나올 예정이다. 방수 기능(수중 50m)도 갖췄다. 비자는 스티커, 장갑에 선불카드 칩을 장착하고 이를 결제 단말기에 갖다 대면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코로나19 발병 등을 감지할 수 있는 반지도 있다. 핀란드 웨어러블 스타트업 오우라가 개발한 ‘스마트 링’은 사람의 체온, 호흡, 심박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당초 수면 추적기로 개발된 제품이지만, 코로나19 발병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등이 나오면서 주목받고 있다. 영국 해리 왕자와 잭 도시 트위터 CEO 등도 오우라 반지를 이용하고 있다.

독일 스타트업 키넥슨이 개발한 ‘세이프존’이란 제품은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로 코로나19 방지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운동선수들의 심박수와 달리기 속도, 움직임 등을 추적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직원을 감지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동하는 상품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등 공장 디지털화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진화하는 딥페이크·안면인식 기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딥페이크’(AI를 통해 남의 얼굴을 합성하는 것) 영상을 둘러싼 ‘창과 방패’의 싸움도 주목할 만하다. MS는 올해 CES에서 딥페이크 영상을 구별할 수 있는 도구인 ‘MS 비디오 인증’ 기술을 선보였다. 인간의 눈으로는 알 수 없는 퇴색 등을 감지해내는 게 특징이다.

딥페이크 영상 제작은 딥러닝(심화학습) AI가 ‘생성 모델’과 ‘감별 모델’을 만든 뒤 감별 모델이 생성 모델에서 가짜를 찾아내면 이를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이뤄진다.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점점 줄어들면서 결국 마지막에는 정교한 영상이 제작되는 방식이다. AI가 데이터를 보고 스스로 교차 검증하면서 점점 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동영상 조작 등 사회적 문제가 확산하면서 ‘탐지’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MS뿐만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등도 딥페이크를 탐지하고 색출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딥페이크 탐지 역시 딥러닝 AI를 이용한다. AI와 AI가 서로 창과 방패가 돼 싸움을 벌이는 셈이다.

공항, 공연장, 쇼핑,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안면인식’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인텔은 얼굴 인식이 필요한 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모듈인 ‘리얼센스 ID’를 최근 공개했다. 적외선·레이저 등 광선과 수신기, 카메라를 조합해 사물의 거리와 심도 등을 파악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실제 사람이 아닌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는 본인 인증을 할 수 없게 한다. 인텔은 리얼센스 ID 모듈이 ATM·키오스크·출입 통제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 잡아먹는 시대 저물 수 있다"
올해 CES에는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미국 스타트업 임파서블푸드도 참가했다. 임파서블푸드는 식물성 고기를 넘어 식물성 우유와 치즈 등도 개발 중이다. 팻 브라운 임파서블푸드 창업자는 “2035년엔 동물을 잡아먹는 시대가 끝날 수도 있다”며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콩으로 만든 고기, 아보카도로 만든 참치뱃살 등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대체육 회사인 비욘드미트 등은 ‘버거용 대체육’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네슬레, 켈로그, 타이슨푸드 등도 관련 투자를 늘려나가는 중이다. 미래에는 ‘인공 모유’까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컴퓨터와 AI,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식품 생산도 이뤄지고 있다. KFC는 실험실 배양육으로 만든 치킨너겟을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의 3D 바이오프린팅 기업인 ‘3D바이오프린팅솔루션’과 협업 중이다. KFC는 특유의 맛과 질감을 3D 프린팅으로 복제해 고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3D 바이오프린팅은 3D 프린터와 생명공학을 결합한 기술이다. 살아 있는 세포를 원하는 패턴으로 적층 인쇄해 조직 또는 장기 등을 제작하는 데 활용된다. 화상 등으로 손상된 피부를 치료하거나 각막·혈관·간 등의 장기를 제작해 인간에게 이식할 수도 있다. 의학 분야에서 주로 활용된 3D 바이오프린팅이 식품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드론·로봇의 진화…집 지키고, 감정 치유도
‘드론(무인기)’은 집을 지켜주는 용도로까지 진화했다. 아마존이 개발한 드론 ‘링 올웨이스 홈캠’은 미리 설정된 경로로 집안 내부의 특정 지점까지 자동 비행할 수 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드론 경로를 사전에 지정할 수 있다. 집 내부에서 일상적이지 않은 움직임이 감지되면 드론이 자체적으로 경로를 바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포착하기도 한다.

드론에 탑재된 고화질 카메라가 비행 도중 촬영한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한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알아서 충전 데크로 돌아간다. 아마존은 이 제품을 올해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소니는 올해 CES에서 AI 기술을 결합한 촬영용 드론 ‘에어피크’를 최초로 공개했다. 에어피크는 소니의 알파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고, 원격으로 역동적 항공 촬영이 가능하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소니가 카메라 전문기술을 드론산업에도 끌고 들어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반려 로봇’도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로봇 회사 케어클레버의 ‘큐티’ 반려 로봇들은 격리, 봉쇄 등으로 인한 사람들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로봇이 사람의 행동을 돕는 것을 넘어 감정 친구가 돼준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코로나19를 빼놓고는 미래를 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감염병 대유행은 역설적으로 사회와 기술 변화의 촉매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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