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은 작년 말 988조8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100조5000억원 늘었다. 연간 증가폭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4년 후 사상 최대다. 은행 기업대출은 976조4000억원으로 107조4000억원 늘었다. 역시 통계를 작성한 2009년 후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대출을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이 작년 말 721조9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68조3000억원 늘었다. 연간 증가폭으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완화된 2015년(70조3000억원) 후 5년 만에 가장 컸다. 신용대출은 266조원으로 32조4000억원 불어나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과장은 "작년 주택거래 자금이 불어난 데다 주식 공모주 청약 자금을 마련하려는 차입금 조달 수요가 컸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살림살이가 나빠진 일부 가계가 생활자금을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주식시장도 개인투자자의 뭉칫돈을 빨아들였다. '동학개미' '서학개미' 등 개인투자자들은 작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47조488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매도한 물량을 싹쓸이했다.
공모주시장에도 자금이 몰렸다. 작년 6월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몰린 증거금은 30조9889억원에 달했다. 작년 8월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는 57조5543억원이 쏟아졌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가운데(976조4000억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은 각각 171조8000억원, 80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말보다 대기업 대출은 19조5000억원, 중소기업은 87조9000억원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대치다.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이 386조원으로 역대 최대인 47조5000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작년 자영업자는 빚으로 버텼다. 자영업자 소득으로 통하는 ‘가계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작년 3분기 99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줄어 2분기(-4.6%)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자영업자들이 직원을 내보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작년에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6만5000명 줄었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24만7000명 감소) 후 최대폭으로 줄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작년에 9만명 늘었다. 벌이가 시원치 않자 직원과 아르바이트를 내보내고 나홀로 가계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불어난 결과다.
가계와 기업은 물론 정부도 작년에 빚이 급증했다. 작년 말 국가채무(D1)는 846조9000억원으로 2019년보다 123조7000억원 불었다. 코로나19로 긴급재난지원금 등 이전지출이 늘어난 결과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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