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원순 시장 성추행 사실 인정…"상당한 정신적 고통"

입력 2021-01-14 13:38   수정 2021-01-14 16:00


법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박 전 시장에 대한 성추행 사건 의혹이 불거진 지 약 7개월만이다.
法 "박 전 시장 성추행에 상당한 정신적 고통"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14일 동료 여성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정모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자리에서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정씨는 지난해 4·15 총선 전날인 4월 14일 동료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진 후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다음 날인 4월 15일 정씨를 경찰에 고발했고, 6개월 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기도 했다.

그간 정모씨는 피해자가 PTSD를 겪게 된 이유가 자신 때문이 아닌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과 정모씨의 성범죄가 모두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놨다.

이날 재판부는 "피해자는 병원에서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았고 자신이 겪었던 여러 일을 진술했다"며 "법원은 문서제출명령을 내려 병원 상담내역을 회신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용을 살펴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 밑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1년 반 이후부터 박 전 시장이 적절치 않은 문자와 사진을 보냈고 '남자를 알려주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며 "이런 진술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씨에 대해서도 "피고인(정씨)은 2020년 4월 술에 취해 몸을 가눌 수 없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는 박 전 시장에 대한 성추행을 진술하기 전에도 오랫동안 신뢰했던 피고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것에 대해 배신감, 수치감 등을 느끼며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평소 정씨 자녀의 생일을 챙겨주는 등 정씨와 친근하게 지냈다고 생각했다"며 "이 사건 범행과 같은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정신적 충격이 무엇보다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이날 정씨를 법정구속했다.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

재판이 끝난 후 피해자 측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는 하나의 사건으로 PTSD를 겪기도 하지만 여러가지 다른 사건으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며 "그 부분을 면밀히 판단해주시고 피고인에 대한 유죄 판결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무엇보다 피해자가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실명이나 사진 유포 등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피해자의 얼굴이 담긴 동영상과 실명, 전신사진이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유포된 상태"라며 "서울시 관계자는 이와 같은 피해자에 대한 정보와 영상물을 외부에 제공한 자가 누군지 확인해서 징계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평범하게 출근해서 주어진 일을 처리하고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퇴근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보통의 삶을 잃었고, 피해자의 어머니는 혹시라도 딸이 나쁜 맘을 먹을까봐 하루도 편히 잠을 자지 못한다"며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공감과 연대를 보내주고 피해자가 다시 보통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2차 가해를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경찰, 박 시장 성추행 의혹 등 '불기소' 송치
한편 경찰은 지난달 29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묵인 의혹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전담수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약 5개월간 수사를 벌였으나 '증거 부족'으로 수사를 마무리했고 피해자 측은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지 5개월 만인 지난 12월 10일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맹탕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 권력의 최상단에 있는 시장의 성비위 사건은 시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맡겨 처리한다는 것을 골자로 했는데, 박 시장 사건을 되짚어 볼 때 이 같은 대책은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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