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여성 부행장 시대 연 기업은행…뭐가 다른가 봤더니 [정소람의 뱅크앤뱅커]

입력 2021-01-14 16:15   수정 2021-01-14 17:50



기업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복수 여성 은행장 시대를 열었습니다. 14일 김은희 강동지역본부장을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으로 선임하면서, 임찬희 자산관리그룹 부행장과 함께 2인의 여성 부행장이 나온 겁니다.

그동안 은행마다 여성 부행장을 선임한 적은 있으나 여성 부행장 두 명이 동시에 근무한 은행은 거의 없었습니다. 타 업권은 '여성 임원 시대'가 열린지 오래지만, 은행권은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 탓에 여전히 '유리천장'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기업은행이 최초로 복수 여성 부행장 은행이 된 건 조직 문화가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기업은행은 주요 직급에 능력 있는 여성들을 다른 은행 보다 앞서 채용해 왔습니다. 여성 첫 은행장(권선주 행장)도 기업은행에서 나왔습니다.

기업은행 최초 여성 부행장이었던 권 행장 이후 김성미 전 개인고객그룹 부행장, 최현숙 전 여신운영그룹 부행장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최 전 부행장은 현재 IBK캐피탈 대표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남성 부행장의 영역으로 인식돼 왔던 여신 영역을 담당하며 외연을 키우기도 했지요. 임 부행장과 신임 김 부행장을 포함하면 역대 다섯번째 여성 부행장입니다. 국내 은행 중에는 가장 많이 배출 한 건데요.

능력 있는 여성 인력들이 요직으로 가다 보니 서로 믿고 끌어주는 관계도 형성된 부분이 있을 겁니다. 실제 만나 본 기업은행의 여성 인력들은 하나 같이 앞서 임원이 된 여성 행장들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여성 임원들은 실무 때부터 본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한 우물을 파 온 분들"이라며 "여성 우대를 해준 것이 아니라 실력대로 평가 받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고경영자(CEO)의 마인드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윤종원 행장은 여러 자리에서 "여성 인력을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는 발언을 자주 해 왔습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고, 최대한 본인 능력대로 평가하겠다는 취지인데요. 한 은행 여성 임원은 "'워킹맘'이다 보니 가끔 눈치를 볼 일이 있었는데, '여성이라고 배려해 주시는 것 같아 송구하다'고 윤종원 행장께 이야기 한 적이 있다"며 "'무슨 말씀이냐. 평생 여성이라 차별 받고 사셨는데, 이쯤은 배려도 아니다'라고 답을 해주셔서 감동한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도 윤 행장은 육아 휴직에 들어가는 여성 직원들을 별도로 불러 모아 식사를 함께 했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니 눈치 보지 말고 잘 다녀오라"고 직접 격려를 했다고 하네요.

이런 문화는 기업은행의 복지 제도에도 반영이 되어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노사합의를 통해 육아 휴직을 3년으로 늘렸습니다. 또 임신·출산기 휴가 뿐 아니라 양육기에도 업무 중 수유시간(1일 2회 30분 이상)을 부여하고, 자녀 작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양성 평등을 위한 제도를 보유했습니다.

앞으로 5년 안에 여성 부행장 비중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기업은행 임직원 얘기입니다. 올해 초 기준 부점장급 이상 여성 인력이 110명 수준입니다. 전체의 10% 수준이지만, 점점 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기업은행의 한 임원은 "과거만 해도 여성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은행을 다니다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연착륙해 자기 기량을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임원을 단 여성 인력들이 좋은 능력과 평판을 받으며 '동기 부여'를 해주면서 선순환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여성 임원은 상징적으로 뽑는다'는 말이 점점 옛말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행권에서는 기업은행이 가장 선봉에 서 있는 듯합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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