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생생헬스] 집콕에 부쩍 늘어난 소아비만…고지혈증·당뇨 등 합병증 '조심'

입력 2021-01-29 13:49   수정 2021-01-30 01:52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집 밖에 잘 나가지 못하는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의 비만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얘기했다. 아이들은 성인보다 자제력이 떨어져 스스로 생활습관을 관리하기 어렵다. 평소에는 학교에서 또래와 함께 생활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했지만 학교에 가는 시간이 줄면서 이런 통제 장치도 감소했다.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운동량은 줄고 야식을 먹거나 늦게 자는 등 잘못된 습관을 배우는 사례는 오히려 늘었다. 아이들도 체중이 늘고 비만해지면 고지혈증, 당뇨 등 다른 합병증을 함께 호소하기 쉽다. 소아비만 원인과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100㎏ 넘는 초고도 소아비만도 늘어
아이들 비만이 증가하는 것은 최근에만 두드러진 현상은 아니다. 국내 20세 미만 비만 환자는 2015년 1837명에서 2019년 3812명으로 4년 새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이대용 중앙대병원 비만영양클리닉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분석한 결과다.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후 비만 환자가 급증해 이른바 ‘확찐자’라는 단어가 어른뿐 아니라 소아청소년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안문배 가톨릭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이 국내 4~14세 어린이 226명을 관찰했더니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어린이 비율이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23.9%에서 유행 이후 31.4%로 늘었다. 아이들 비만은 단순히 살찌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성인 비만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이런 질환이 생기기 쉽다. 유아기에 비만이면 3명 중 1명은 성인이 된 뒤에도 비만 체형을 유지한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코로나19 이후 100㎏이 넘는 초고도 비만 진료도 늘었다”며 “고지혈증, 고혈압 등을 함께 앓는 아이가 많아지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고 했다.
어린이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증가
아이들 비만이 증가하면서 국내도 어릴 때 당뇨나 고혈압을 앓는 환자가 늘고 있다. 국내 20세 미만 당뇨병 환자는 2015년 9335명에서 2019년 1만1571명으로 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혈압 환자는 4610명에서 6363명으로 38% 늘었다. 20세 미만 고지혈증 환자도 1만1047명에서 1만4590명으로 32% 증가했다.

국내 소아청소년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박승하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국내 10~19세 소아청소년 4448명을 분석한 결과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알코올 사용 문제와 상관없이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이다. 비만 등 대사질환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2001~2005년 2383명의 소아청소년과 2015~2017년 2065명을 각각 비교했더니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비율은 2001~2005년 7.8%에서 2015~2017년 11.2%로 44% 증가했다. 여학생 환자가 더 많이 늘었다. 남학생은 이 기간 10.6%에서 14.7%로 38.6% 비율이 증가했지만 여학생은 4.6%에서 7.4%로 60.8% 늘었다.

같은 기간 비만인 소아청소년도 7.3%에서 10.6%로 45.2% 증가했다. 소아청소년 복부 비만 비율도 10.0%에서 12.8%로 늘었다.

박 교수는 “소아비만이 줄지 않는 이상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소아청소년기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심혈관 질환과 당뇨는 물론 간경변증, 지방간염 등 간 관련 사망률도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관리해야 한다.

이런 소아청소년 지방간 환자는 최근에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지방간 환자 중 20세 미만 환자는 2015년 9482명에서 2019년 1만3029명으로 37.4% 늘었다. 심리적으로 예민한 소아청소년기의 특성 때문에 비만하면 사회생활, 학교생활 등에서 자존감을 잃기 쉽다. 학업성적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체중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생후 두 살 이내 항생제 투여가 비만에 영향
아이들 비만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은 식습관과 생활습관이다. 최근에는 생후 24개월 이내에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비만과 연관 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2008~2012년 건강검진을 받은 영유아 3만1733명을 관찰해 이런 결과를 내놨다.

아이에게 투여한 항생제 종류가 많을수록, 사용 기간이 길수록, 투여 시기가 빠를수록 비만 위험이 컸다. 항생제를 다섯 종류 이상 사용한 아이는 한 가지만 투여한 아이보다 비만 위험이 42% 높았다.

투여기간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180일 이상 항생제를 쓰면 30일 이내로만 사용한 것보다 비만 위험이 40% 높아졌다. 생후 6개월 이내에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18~24개월일 때 처음 치료받은 것보다 비만 위험이 33% 커졌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균총이 바뀌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장 속에 있는 미생물이 항생제 때문에 죽거나 제 기능을 못해 손상되면 비만이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국내 24개월 미만 영유아 항생제 처방률은 99%에 달한다. 연구팀은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고도 했다. 박상민 교수는 “항생제 사용에 따른 득실을 고려해 신중하게 처방해야 한다”며 “영유아에게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비만 예방 위해 활동 늘리고 식습관 바꿔야
아이들은 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굶는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해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신호등 식단처럼 음식마다 먹어도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오이, 토마토, 버섯, 브로콜리 같은 채소는 초록군 음식이다.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되는 음식이다.

밥, 생선, 고기, 국, 우유, 면 등 일반적인 식사는 노랑군 음식이다. 식사로 제공되는 양만큼은 먹어도 된다. 반면 패스트푸드 등은 빨강군 음식이다. 끊어야 한다. 음료수 등에 든 과당은 간에서만 대사되기 때문에 알코올처럼 간에 나쁜 영향을 주기 쉽다. 가급적 끊어야 한다. 이 교수는 “단순히 채소, 과일을 많이 먹는 것보다 하루에 절반 정도는 일반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며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등 빨강군 음식을 삼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비만인 아이들이 병원을 찾으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습관 교정이다. 관절 부담을 줄이는 선에서 매일 적정 시간 운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도 호전되지 않으면 약을 먹거나 수술해야 한다. 마 과장은 “실외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 운동해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낮다”며 “아이들은 하루 한 시간씩 주 3회는 야외활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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