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사진 현상가 월터 미티(벤 스틸러 분)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잡지가 폐간되고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월터는 마지막호의 표지사진을 구하기 위해 온갖 모험을 무릅쓴다. 하지만 월터에게 날아온 것은 결국 해고통지서였다. 디지털로 바뀌는 흐름 속에서 아날로그 인력은 구조적 실업에 내몰릴 수밖에 없어서다.
즉, 잘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한 노동자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직장에 오래 버틸 수 있게 고용을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다. 새롭게 일어서는 산업에서 그가 쉽게 채용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해결책이다. 월터를 자른 매니저를 탓할 것이 아니라 월터가 새로운 직장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단 얘기다.
월터는 해고된 뒤 실업수당을 받기로 하고 회사 문을 조용히 걸어나온다. 그러다 직장 동료 셰릴(크리스틴 위그 분)과 마주친다. 그와 함께 자신이 사진을 찾기 위해 했던 여행 이야기를 해준다. 사진을 찾기 위해 아이슬란드에서 스케이드보드를 탔던 이야기, 그린란드에서 술에 취한 조종사의 헬기에 탄 이야기 등을 되짚었다. 돌이켜보면 순간순간 월터는 도전했다. 물론 그는 도전을 통해 기존 직장을 지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도전을 통해 얻은 용기로 그는 새로운 직장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실업의 좌절에 빠진 이에게 가장 큰 치료제는 또 다른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정부는 일자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러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막대한 재정을 일자리 지키기와 기업 안정, 경기진작에 퍼부었다. 정부 대책은 경기적 실업에 대응하고자 하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의 일자리 감소에 대응할 수 있을 뿐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다. 코로나19에 의한 일자리 감소는 단기적으론 경기불황에 따른 충격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론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에 따라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구조적 실업의 대응책인 노동유연화를 동시에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독일도 1990년대 동독의 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재정정책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1996년엔 재정적자 비율이 유럽연합(EU)의 재정안정 기준인 3%(GDP 대비)를 넘은 3.5% 수준까지 올라갔다. 그럼에도 실업률은 단기적으로만 감소했을 뿐 장기적으로는 계속 올라갔다. 경기를 잠깐 끌어올려도 노동경직성에 의해 분야별 인력 이동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위에 언급한 노동유연화 대책인 ‘하르츠 개혁’을 시행하고서야 만성적인 실업률을 끌어내릴 수 있었다.
구민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kook@hankyung.com
② 독일의 하르츠 개혁처럼 노동유연성을 높이면 한국의 높은 청년실업률을 낮출 수 있을까.
③ 아날로그 기술을 갖춘 근로자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전환하려면 어떤 대책을 추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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