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쌀값, 기름값 등 생활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5억6702만원으로,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 말에 비해 1억원 가까이 올랐다. ‘전셋값 상승’은 지난 한 해 수시로 입에 오르내리며 서민 가계에 주름을 깊이 지게 했다.
‘전셋값’은 어떨까? 우선 ‘전세(傳貰)’의 의미부터 알아보자. ‘전세’란 남의 집이나 방을 빌려쓸 때 주인에게 일정한 돈을 맡겼다가 내놓을 때 그 돈을 다시 찾아가는 제도 또는 그 세, 즉 사용료를 말한다. 전셋돈, 전세금, 전셋집, 전세방, 전세권, 전세살이 같은 복합어를 만든다. ‘전세’라는 말은 1957년 한글학회에서 완간한 <조선말 큰사전>에서도 보인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전세와 어울려 쓰는 말은 ‘전셋집’ 정도만 있었다. 국립국어원에서 1999년 펴낸 <표준국어대사전>만 해도 ‘전셋값’이란 말은 없었다. 지금 표준국어대사전 인터넷판에는 ‘전셋값’이 올라 있다. 그 이후 새로이 표제어로 올렸다는 뜻이다.
지금은 누구나 ‘전셋값’을 얘기한다. 하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아는 ‘값’의 개념과는 사뭇 다르다. ‘전셋값’은 돌려받는 돈인데도 ‘값’이 붙어서 말이 굳어졌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같은 구성으로 된 ‘월세’는 ‘월셋값’이라고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더 그렇다. 월세는 “월세 50만 원” 식으로 그냥 월세라고 한다. 월세 자체가 집이나 방을 다달이 빌려 쓰는 데 내는 돈을 뜻하니, 이게 마땅한 표현이다. 거기에 ‘-값’을 붙이는 것은 어색하다.
그래서 한글학자인 리의도 선생은 오래전에 이 전셋값을 전세금 또는 전셋돈으로 써야 마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올바른 우리말 사용법>, 2005). 하지만 수십 년을 써오면서 ‘전셋값’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이를 되돌리기는 어렵고, 또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말의 선택은 궁극적으로 언중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단어의 생성원리는 알고 써야 한다. 그래야 우리말을 건강하게 지키고 창조적으로 응용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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