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마켓+] "알페스 없이 어떻게 팬덤을…" 아이돌 산업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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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16 08:07  

[연예 마켓+] "알페스 없이 어떻게 팬덤을…" 아이돌 산업의 고민



tvN '응답하라1997'의 성시원(정은지 분)은 자신이 열광했던 H.O.T. 토니안을 주인공으로 한 팬픽(Fan fiction)을 써서 수시로 서울의 유명 대학교에 입학한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알페스'(RPS, Real Person Slash)의 역사가 1세대 아이돌 팬덤부터 이어져 왔다는 걸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실제로 H.O.T.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한 무협소설 '협객기'는 당시 PC통신에서 큰 인기를 모으면서 정식 출간되기도 했다.

'협객기'의 이지련 작가는 이후 '새디'라는 작품을 썼는데, 이는 H.O.T. 멤버들의 동성 열애를 다룬다. 수위 높은 표현이 등장하기도 한다. 당시에도 멤버간의 로맨스를 다룬 다는 것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이런 문화가 2040 여성들이 동성애에 대해 너그러워진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팬픽 문화는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일러스트와 웹툰, 동영상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팬들이 주체적으로 만드는 2차 콘텐츠로 성장했다.
팬덤을 키우는 알페스

알페스와 팬덤의 성장은 순환구조다. 팬들이 나서서 멤버들의 관계성을 설명하고, 서사를 부여하는 2차 창작물을 제작하면, 그걸 보고 다시 팬이 유입되고, 팬덤은 공고해진다. 유명 팬픽 작가들은 팬카페가 생기고, 열혈 독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자체적으로 책을 출간하기도 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을 소설과 웹툰, 드라마까지 제작하는 상황이다. 멤버들의 관계성과 이들의 이야기까지 상품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소속사들은 알페스에 대해 저작권이나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대형기획사에서는 팬픽 공모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팬덤이 알페스를 통해 성장하는 것을 알기 때문.

심지어 연습생 댄스 트레이너 유튜버가 "회사에서 시켜 억지로 스킨십을 하기도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일각에서는 대놓고 노림수를 제공하기도 한다. 알페스 콘텐츠의 양이 멤버 개개인의 팬 규모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직캠', '굿즈' 문제삼지 않는 것과 같죠"

한국국제교류재단(이하 KF)는 외교부와 함께 발간한 '2020 지구촌 한류 현황'에서 전 세계 한류 팬 인구는 1억477만7808명. 글로벌 팬덤이 커지면서 알페스 역시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기존에 텍스트 중심의 팬픽이 주를 이뤘다면 영상, 사진, 일러스트 등으로 장르가 다변화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아이돌 그룹 관계자는 "알페스의 존재를 회사도 알고, 당사자도 알고 있다"며 "한 때 초상권과 저작권 위반을 이유로 열심히 잡았던 직캠을 허용하고, '대포'나 '홈마'(대형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 팬들)들의 사진집 등 굿즈 판매를 용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팬덤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간혹 도를 넘은 선정적인 표현에 당사자가 괴로움을 토로할 때도 있지만, 알페스가 성대결의 반감으로 N번방과 동일선상으로 놓자는 주장에 대해선 바람직한 상황으로 보이진 않아 보인다"며 "다만 이번 계기로 도를 넘은 성적 대상화에 대해선 자정하는 계기가 되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길 바랄 뿐"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변화하는 사회, 엔터계의 고민 필요
성적 대상화에 대한 범위, 방식을 어디까지 문제 삼을 것인지에 대해선 엔터 업계에서도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다. EXID의 '위아래' 직캠 하나로 팀은 역주행의 신화를 일궜지만, 한 걸그룹 멤버는 "속옷이 보일랑말랑 하는 직캠 영상 좀 공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SNS에 공개적으로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몇몇 관계자들은 "팬들의 커플놀이를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모르는 게 아니다"며 "그 상황 자체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즐기는 친구가 있는 반면 '극혐'하며 스트레스를 경우도 있긴 하다"고 귀띔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과 자신의 본래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유도 알페스를 모니터링하며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젠더 감수성이나 사회적 민감성이 높아졌고, 연예인들 역시 그런 부분에 대해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며 "팬들도 회사가 소속 연예인을 조금이라도 상품화 시키는 것에 대해 '존중하라'는 상황에 팬들끼리 의미를 부여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함께 공부하고, 고민해야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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