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과 사역 사이'…개신교계는 왜 대정부행동 나섰나 [이슈+]

입력 2021-01-17 08:00   수정 2021-01-17 09:36


교회들이 대면예배 재개를 강력 주문하고 나섰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3차 대유행으로 예배 제한 조치가 길어지자 대정부 건의뿐 아니라 방역 당국에 대한 소송전까지 돌입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헌금 문제라는 분석부터 교회 역할에 대한 교계 내부 자성론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송·시위·정치인 면담 등 개신교계 움직임 본격화

17일 대구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독교 선교법인 전문인국제선교단 인터콥은 상주시장 상대로 집합금지처분 등의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앞서 상주시는 코로나19 진정시까지 BTJ 열방센터에 대해 일시 폐쇄 명령과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BTJ열방센터를 방문한 이들이 코로나 검사를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BTJ열방센터 누적 감염자는 700명을 넘었다. 양성률이 13%에 육박해 평균치의 10배를 넘는다. 하지만 센터 방문자 절반인 1300명만 현재 검사를 받은 상태다.

그러자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이같은 방역 저항에 대해 경고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BTJ열방센터에 구상금을 청구하겠단 입장이다. 총 진료비 예상총액은 3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공단이 부담한 진료비는 약 26억원이다.

뿐만이 아니다. 예배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는 지난 13일 대전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전시의 종교활동 비대면 제한 조치에 대한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예자연은 "예배는 국가가 간섭할 수 없는 절대 보호받아야 할 기본권이자 헌법이 보장하는 최고 가치"라고 강조했다.

또 이달 7일 부산 강서구 세계로 교회에는 신도 100여명이 모여 "당국은 교회가 코로나19 확산 온상처럼 집요하게 침소봉대하고 통제해왔다"고 주장하며 방역 당국 조치에 항의했다. 결국 부산시 강서구는 이 교회에 대해 12일 0시부터 시설 폐쇄 조치한다고 밝혔다. 이 교회는 작년부터 대면예배를 강행해 그동안 총 7차례에 걸쳐 고발 당했었다.

전체 교계 차원에서도 움직이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 소강석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장 등 교회 주요 지도자들은 지난 7일 정세균 총리와, 14일엔 김진표 민주당 코로나 국난극복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만나 전국 종교시설에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의 선별적 완화를 요청했다.
"헌금에 목사뿐 아니라 취약계층 생존권도 달려있어"

이 같은 교계 반발의 배경에는 교회의 생존권이 걸려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학대학원 교수는 "시설 운영비와 관리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나. 최근 교계의 대정부 투쟁 행보에는 교회의 생존이 걸려 있다"며 "대형 교회에서는 지난 1년 간 헌금이 대략 20~30% 감소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헌금 문제는 사역자들과 함께 교회에서 근무하는 일반 직원들 생계와 실직 문제도 연계돼 있다. 언론에 거의 다뤄지지 않는 빈민 구제 사역도 대폭 쪼그라들어 취약계층 지원이 힘들어진 게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온라인으로 예배가 진행되다 보니 고령층은 어떻게 헌금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거나 익숙치 않은 방식에 애를 먹고 있다"며 "미자립 교회일수록 상황은 더 열악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코로나가 전국으로 확산하던 시기 예장통합 총회가 설문조사업체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소속 담임목사 1135명을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설문조사를 펼친 적이 있다. 이 조사에서 코로나로 인한 교회의 헌금 변화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8.8%가 '줄었다'고 답했다. 당시보다 대면 예배 제한 기간이 길어지고 확진자도 늘어난 만큼 교회의 재정 상태는 더욱 악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교계가 대정부 행동에 나선 것은 대면예배 제한으로 교인들이 영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교회들은 설명한다.

경기 남부 한 교회에 재직 중인 한 전도사는 "예배를 드리고 싶다는 교인들 문의가 매주 늘고 있다"면서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 못하겠지만 교인들에게 예배는 만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누구에게는 심리적으로 생존이 걸린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교회 출석을 통해 치유를 받고 무너졌던 가족관계를 회복했다는 분들도 많다"며 "숫자와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교회 예배의 순기능이 일순간에 막혀 영적 호소를 하는 교인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축복기도 한 美목사 "교회 할 수 있는 것 집중해야"

교인 축소와 헌금 감소로 인한 교회 존립 문제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회 사역을 위한 정보 업체인 '미니스트리 브랜즈(Ministry Brands)'가 지난해 7~9월 미국 교회 지도자 1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대처:교회 지도자의 통찰력 보고서'에서 응답자의 60%는 '헌금 감소'를 교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꼽았다.

기독교 여론조사 기관 '바나그룹'(Barnar Group)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교회 지도자 동향 보고서'에서도 설문조사에 참여한 목사 중 52%가 교인 감소를 우려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9월10~18일 개신교 목사 약 4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담았다.

데이빗 키나맨 바나그룹 대표는 "현장 예배를 재개한 교회도 교인 감소를 경험하고 있어 경제적 도전이 불가피하다. 팬데믹을 계기로 교인과 헌금 관리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소송과 시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탈출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5일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취임식 당시 축복 기도를 한 릭 워런(Rick Warren) 미국 새들백교회 목사가 기독교 잡지 '렐러번트(Relevant)'와 인터뷰한 내용을 전했다. 워런 목사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책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로 대표적인 보수 우익 성향 목사로 분류된다.

워런 목사는 "코로나는 교회의 약점을 드러나게 했다. 대부분의 교회가 '예배'라는 한 가지 목적에만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바로 이것이 교회가 코로나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게 된 이유"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 교회 대부분이 예배의 자리로 돌아가길 서두르고 있는데 이는 그것이 그들이 가진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런 예배를 통해선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워런 목사의 주장은 미국 교회 대부분이 대면예배 재개 후에도 교인 수를 회복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미국 기독교 여론조사 기관 라이프웨이리서치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교회 10곳 중 9곳이 대면예배를 재개했지만 코로나 이전 시점의 예배참석률을 회복한 거의 없었다.

워런 목사는 "우리는 대면예배를 제한을 걱정하는 대신 교회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가장 먼저 손을 쓴 게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음식을 제공하는 일이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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