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이 된 할리우드 오디션…미아는 블루오션 1인극으로 ★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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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16 11:01   수정 2021-01-22 18:16

레드오션이 된 할리우드 오디션…미아는 블루오션 1인극으로 ★이 되다


“사람들 속에 누군가가 네가 알아야 할 사람일 수 있잖아. 너에게 날개를 달아줄 그 사람.”

친구들의 거듭된 설득에 미아(엠마 스톤 분)는 썩 내키지 않은 파티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예상대로 ‘날개를 달아줄 사람’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군중 속에서 느낀 것은 외로움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차해 둔 차는 견인돼 사라졌다. 미아는 터덜터덜 혼자 거리를 걷다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에 홀린 듯이 어느 식당에 들어선다. 자신을 그곳으로 이끈 음악을 연주하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을 처음 마주한다.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미아는 세바스찬에게 다가가 말한다. “방금 당신 연주를 들었어요. 꼭 말해주고싶은데?.”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는 미아의 어깨를 치고 가버린다.
한정된 배역, 수많은 경쟁자
영화 ‘라라랜드’의 배경은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중심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다. 주인공 미아는 배우의 꿈을 안고 LA로 온 배우 지망생이다. 하지만 현실은 대형 영화스튜디오 안에 있는 카페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오디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아는 철저히 을(乙)이 된다. 캐스팅 담당자들은 연기 중 마음대로 들어와 샌드위치를 받아가기도 하고, 우는 연기를 하는 앞에서 조롱하듯 웃기도 한다.


미아가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제학적으로만 바라보면 간단하다. 오디션에서 뽑는 배역은 정해져 있는데, 미아처럼 배역을 따려는 지원자는 많기 때문이다. <그래프 1>처럼 캐스팅의 공급은 일정한데 캐스팅되기 원하는 배우가 늘어나면 수요 곡선은 D1에서 D2로 이동한다. 자연스레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 만나는 지점인 비용은 올라간다. 이때의 비용은 오디션 참가자들이 배역을 따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다.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고, 돈을 내고 연기학원을 다녀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미아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뛰쳐나가 해고될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경제학에서는 어느 재화의 가격이 변할 때 그 재화의 공급량이 얼마나 변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를 ‘공급의 가격탄력성’이라고 부른다. <그래프 1>의 공급곡선처럼 가격이 상승해도 공급량이 변하지 않으면 ‘완전 비탄력적 공급’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그래프 2>처럼 일정 비용에서 무제한으로 공급이 가능한 것을 ‘완전 탄력적 공급’이라고 한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은 서울 집값은 단기적으로 보면 <그래프 1>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공급이 일정하다 보니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미아는 겨울이 지나 찾은 어느 파티에서 공연 밴드로 온 세바스찬을 다시 만난다. 파티장에서 나와 걷던 두 사람은 언덕에서 석양이 지는 보랏빛 하늘을 마주한다. 주황색으로 변해가는 하늘을 보며 두 사람은 함께 춤을 춘다.
‘블루오션’이 된 1인극
자신만의 재즈바를 열어 정통 재즈의 명맥을 잇는 것이 목표인 세바스찬의 삶은 미아를 만난 뒤 크게 변한다. 우선 안정적인 수입을 얻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라이벌이던 키이스(존 레전드 분)가 제안한 밴드 ‘메신저스’에 합류한다. 음악은 세바스찬이 추구하는 정통 재즈와는 거리가 멀다. “아무도 안 듣는 걸 어떻게 지켜? 넌 과거에 집착하지만 재즈는 미래에 있어.” 키이스는 일침을 놓는다. 세바스찬이 합류한 밴드는 성공가도를 달린다.

세바스찬은 미아에게도 방향을 틀 것을 조언한다. “자신에게 걸맞은 역할을 직접 만들고 허접한 오디션은 패배자들에게나 맡기라”는 말과 함께. 미아는 오디션을 포기하고 자신이 각본, 연출, 배우 모두 맡는 1인극을 준비한다. 몇 달을 준비한 공연 당일, 무대 커튼이 열렸지만 관객은 거의 없다.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세바스찬마저 보이지 않는다. 늦게까지 밴드 일정을 소화하던 그는 뒤늦게 공연장을 찾지만 연극은 끝난 지 오래다. 미아는 절망감에 세바스찬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고향인 볼더시티로 돌아간다. 포부를 갖고 준비한 공연의 제목 ‘볼더시티여 안녕(작별)’과는 반대로 미아는 꿈을 찾아 온 LA와 작별한다.

홀로 일상을 살던 세바스찬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미아의 1인극을 본 캐스팅 담당자의 전화였다. 세바스찬은 그 길로 미아를 만나러 볼더시티로 향한다. 세바스찬의 끊임없는 설득에 결국 미아는 오디션장을 향한다. 그곳은 미아가 그동안 을이 돼온 수많은 오디션과는 달랐다. “촬영지는 파리고 대본은 없어요. 진행형 프로젝트이고 여배우 중심으로 캐릭터를 만들 겁니다.” 아무 얘기나 들려달라는 주문에 미아는 자신이 배우의 꿈을 갖게 해준 이모의 이야기를 한다. 미아는 처음으로 준비도 하지 않았던 오디션에 합격한다.


실패한 줄 알았던 1인극이 뜻밖의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미아는 처음부터 자신이 모든 걸 기획한 1인극을 통해 의도치 않게 ‘블루오션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경제학에서 ‘블루오션’은 현재 존재하지 않거나 알려져 있지 않아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말한다. 블루오션 전략은 차별화한 상품과 서비스로 무경쟁시장, 즉 블루오션을 찾아 없던 수요를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표1>처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대사를 하는 수많은 참가자와 경쟁해야 했던 기존 오디션들은 ‘레드오션’이라고 볼 수 있다.
나비효과의 끝이 이별일 줄 알았을까
오디션을 보는 대신 1인극을 해보라는 세바스찬의 조언은 미아의 인생을 바꿨다. 세바스찬은 미아를 사랑하는 마음에 한 말이었지만 이 말은 ‘나비효과’를 불러온다. 미아가 조언을 따라 1인극을 했고, 이를 보러 온 캐스팅 담당자가 미아에게 오디션을 제안했고, 그 결과 미아는 파리로 가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별한다. 경제학뿐 아니라 사회과학 전반에서 폭넓게 쓰이는 나비효과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과 같은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처음 데이트를 한 그리피스 천문대 앞에 마주앉은 미아와 세바스찬은 서로를 너무 사랑하지만 이별할 수밖에 없음을 직감한다. “우리 어떻게 해야 해?”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언제나 자길 사랑할 거야.” “나도 항상 사랑할 거야.”

5년이 흘러 대스타가 된 미아는 남편과 함께 거리를 걷다가 5년 전 어느 날처럼 음악 선율에 이끌려 바에 들어간다. 바에 들어서자 보이는 간판은 ‘셉스’. 세바스찬에게 언젠가 재즈 클럽을 열면 가게 이름으로 쓰라고 미아가 만들어준 이름이다. 로고도 미아가 그려준 그대로다. 이제는 다른 사람과 가정을 꾸린 미아는 자신이 한때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의 연주를 지켜본다. 그는 미아를 처음 봤을 때와 같은 음악을 연주한다.

영화는 세바스찬의 연주와 함께 ‘나비효과’가 없었다면 달라졌을 미아의 인생을 영화 필름 속 장면들처럼 보여준다. 미아의 첫 공연 관중 속에 있는 세바스찬, 파리로 함께 넘어가 파리의 재즈 클럽과 센강을 만끽하는 두 사람, 두 사람이 아이와 함께 꾸린 행복한 가정 모습까지. 역사에도, 사랑에도 언제나 없는 ‘만약’을 그리며 말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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