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쏙 빼주는 통신기술로 치매·파킨슨병 등 조기진단

입력 2021-01-15 17:33   수정 2021-01-15 23:45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우울증 등 신경 질환은 뇌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이 적절히 분비되지 않아서 발생한다. 직간접적인 사망자가 늘고 있지만 마땅한 치료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개발된 치료제의 효과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조기 진단이 질환 관리의 핵심인 이유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신경 질환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KAIST는 정기훈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신경 질환 조기 진단에 쓰이는 디지털 코드 라만 분광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5일 발표했다. 극저농도의 신경전달물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면 신경 질환의 조기 진단율이 크게 높아지고 환자 추적 관리도 쉬워진다. 연구팀은 신경전달물질 검출 과정에서 잡음을 기존의 1000분의 1로 줄이고, 검출 한계를 기존 대비 10억 배 수준까지 높였다.

연구 결과는 기존 검출 방식의 기술적 장벽을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신경질환 진단기술은 검출한계가 나노(10의 -9제곱)몰 이상에 그친다는 문제가 있었다. 시료 전처리 단계가 복잡하고, 측정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혔다.

연구팀은 대역확산 통신기술(CDMA)이 잡음을 크게 줄여준다는 데서 실마리를 찾았다. CDMA는 당초 군에서 도청을 방지하기 위해 암호화 용도로 쓰이던 기술이다. 확산코드를 사용해 정보 데이터 신호를 넓은 대역폭으로 변조한 뒤 복호화한다. 잡음 제거가 가능해 최근 일반 통신으로까지 활용 폭이 넓어졌다.

연구팀은 빛에도 주파수가 있어 CDMA를 라만 분광법에 적용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라만 분광법은 특정 분자에 레이저를 쐈을 때, 그 분자와 전자의 에너지 준위 차이만큼 에너지를 흡수하는 현상을 통해 분자의 종류를 알아내는 기법이다. 연구진은 CDMA에서처럼 확산코드로 변조한 주파수의 빛을 생체 분자에 쏘고, 산란돼 나오는 빛을 복호화해 표적 생체 분자의 산란 신호를 복원했다.

그 결과 레이저 출력 변동, 수신기 자체 잡음 등 시스템 잡음이 사라졌다. 표적 분자 이외의 분자 신호를 효율적으로 제거하고, 표적 생체 분자 신호만 선택적으로 복원했다. 별도의 표지 없이도 5종의 신경전달물질을 아토(10의 -18제곱)몰 농도에서 검출해냈다. 성분 분석과 전처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라만 분광 기술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기존의 검출 한계를 극복해냈다는 평가다.

이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우선 신경 질환 진단과 유전 물질 검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바이오 이미징, 현미경, 바이오 마크 센서, 약물 모니터링을 비롯해 암 조직 검사 등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정 교수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휴대용으로 소형화를 진행하면 낮은 비용으로 무표지 초고감도 생체 분자 분석 및 신속한 현장 진단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신경전달물질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화합물 검출, 바이러스 검출, 신약평가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바이오기술개발사업, KAIST 코로나대응 과학기술뉴딜사업단과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개발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온라인판에 실렸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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