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국제 곡물 가격…"국내 식탁 물가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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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18 06:11   수정 2021-02-16 00:31

치솟는 국제 곡물 가격…"국내 식탁 물가도 오른다"


세계 식량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국제 선물시장에선 최근 수개월간 옥수수·밀·대두 등 주요 곡류가 2013~2014년 이래 최고가를 매달 경신하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세인 것은 생산·유통 전반에 걸쳐 세계 공급망이 깨졌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해 국내 식품 물가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옥수수 기준물인 3월 인도분 선물은 부셸(27.2㎏)당 53.9달러에 거래돼 2013년 6월 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지난 13일엔 미국 선물시장에서 옥수수 기준물이 1거래일 내 가격 상승 상한선(부셸당 40센트)을 깨는 ‘리미트업’ 현상도 나타났다.


밀 3월물은 67.5달러, 대두 3월물은 부셸당 14.145달러에 손바뀜됐다. 각각 작년 1월과 비교하면 가격이 40% 폭등했다. 밀은 2014년 4월 이후, 대두는 2014년 5월 이후 최고가다.
이상기후에 대규모 작황 피해
세계 식량 공급망은 작년부터 균열을 보였다. 첫번째 이유는 이례적인 기후 변화다. EU지구관측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지난해 1, 5, 9, 11월은 각각 당월 사상 최고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지구가 끓어오르자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등 주요 식량산지 곳곳에선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나타났다.

이때문에 주요 작물은 큰 작황 타격을 받았다. 미국에선 가장 큰 곡창지대로 꼽히는 아이오와주에 가뭄 직후 폭풍이 수차례 이어졌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옥수수밭은 아이오와주 전체 재배 면적의 40%를 넘었다. 중국은 쌀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양쯔강 유역에 약 두 달간 기록적 폭우가 이어져 일대 농경지가 초토화됐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이같은 작황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달 초부터 한반도를 비롯해 동아시아와 유럽 등에 나타난 수십년만의 한파가 전조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가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놓던 제트기류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약해지면서 북극 냉기가 세계 곳곳으로 내려온 ‘이상 기후’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국제 기상 전문가들은 미국과 남미에서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라니냐가 발생하면 평년보다 더 건조하고 더운 기후가 지속돼 곡물 생산량이 떨어진다. 미국은 이미 옥수수와 대두 비축재고율이 각각 7년내 최저 수준이라 수확량이 줄어들 경우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캐런 브라운 로이터통신 국제농업 칼럼니스트는 "일부 농산물시장 분석가들은 내년까지 대두와 옥수수 재고가 풍족한 상태로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공급량이 너무 빠듯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물동량 타격, 러시아는 수출세 올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세계 식량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재봉쇄 조치가 이어지면서 주요 생산국 농가엔 계절노동자가 크게 줄었다. 각국간 물류 비용은 크게 늘었다. 일부는 이동이 어려워져 아예 판로가 깨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식량 물류망이 고장나 세계 한쪽에선 작물을 쌓아둔 채 썩히고, 다른 쪽은 굶주리기 십상인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주요국들의 식량 보호주의 움직임도 곡류 가격을 올리고 있다. 최근 밀 가격 상승세의 직접 요인 중 하나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의 수출 억제 조치다. 러시아는 자국 내 밀 공급량이 줄자 수출 억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15일엔 오는 3월1일부터 밀 수출시 붙는 관세를 t당 50유로로 기존 대비 두 배 올린다고 발표했다. 옥수수와 보리에 대해서도 수출 관세를 인상할 계획이다.러시아는 지난 14일엔 자국 내 밀 부족 현상이 우려된다며 비축 재고 7만5000t을 오는 3월까지 자국 시장에 풀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자국 내 경작지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세계 곳곳에서 곡물 수입을 늘리고 있다. 최근엔 미국산 대두 수입 계약을 예년보다 약 3개월 일찍 체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해 말 각각 인도, 프랑스의 곡물기업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국내 식품 가격도 인상 불가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 인플레이션’은 이제 현실”이라며 “식량 가격 상승세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공급망 문제는 단기간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다. 네덜란드 금융기업 라보뱅크는 "기후 관련 우려와 각국의 보호주의적 정책, 중국의 수요 급증 등으로 올해 곡류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지난 7일 내다봤다.


이는 국내 식품물가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대두와 옥수수 등 사료 원료곡 가격이 높아지면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이 오른다. 밀 가격이 장기간 오르면 제분업체가 소맥분 가격을 올리고, 식품기업은 라면·빵·과자 등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공산이 크다.

한국은 식량 자급률이 낮은 편이라 국제 식량원자재 가격 동향이 상당한 영향을 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곡물자급률(국내 농산물 소비량 대비 생산량 비율)은 21.0%에 불과하다. 밀의 경우엔 소비량 거의 전부를 수입에 의존한다.

익명을 요청한 식품원료업계 관계자는 “식품기업은 통상 원료 재고를 3~6개월분 가량 확보해두는데, 주요 식량 원자재 가격 오름세는 이미 6개월을 훌쩍 넘었다”며 “지금까지는 식탁 물가 영향 등을 고려해 기업이 원가 부담을 감내했으나 여기서 곡류 가격이 더 오르면 더이상 견딜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밀가루 등은 원맥(밀)을 수입해 제분을 하는 과정에서 큰 부가가치가 붙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이 실제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기업이 마진을 줄이는 식으로 마냥 버티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보통은 원재료 가격이 올라도 제품 가격에 바로 반영되지 않지만 이번 경우는 상승세가 너무 길고 상승폭도 크다”며 “원료값이 더 오르면 연쇄적으로 식탁 물가가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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