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박현주 회장의 깜짝 등판이 특별한 이유

입력 2021-01-17 16:50   수정 2021-01-18 00:09

“동학개미라면서요? 동학농민운동의 결말을 아세요?”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간 고민했다. ‘해피엔딩이었나….’ 역사에 남은 동학농민운동은 혁명 운동이었지만 결말은 참혹한 실패로 남아 있다. 작년 초 코로나19 발발 이후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에게 붙은 ‘동학개미’라는 표현을 일각에서 달갑지 않아 한 이유다.

개인들의 주식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주식시장은 과거의 상식으로 설명하기 힘들어졌다. 현대차, LG전자 같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주가가 하루에 10% 넘게 급등하는 건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주식시장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상당수 전문가는 “선뜻 의견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한다. ‘양치기 소년’이 되고 싶지 않아 몸을 사리는 것이다. 여의도 베테랑들 사이에선 “경험이 마이너스인 시대”라는 푸념마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박현주 회장과 함께하는 투자미팅’이란 제목의 유튜브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처음 화면에 등장한 박 회장은 다소 긴장한 듯했다. “한국 증시가 3000을 넘으면서 여러 가지 관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금융투자회사 회장이라고 해서 모든 현안에 깊은 지식을 갖고 있진 않았다. 하지만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날카로웠고, 꼭 필요한 말들이었다. 박 회장은 “타이밍을 맞춰서 (종목을) 사려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것은 신의 영역”이라고 했다. ‘투자’가 아니라 ‘투기’를 하려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요즘, 경청할 만한 발언이었다. 박 회장은 국내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오너 기업인으로 꼽히지만 자만하지 않았다. 그는 “주식에 대해서 확신하지 않아야 한다. 누구나 판단이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적절히 분산해야 한다. 이런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주식 투자는 너무 쉽다”고 했다.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최근 주식투자와 관련한 온갖 ‘조언’과 ‘정보’가 범람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지만 ‘내일이면 급등할 종목’이 한두 개가 아니란다. 일부 정치인은 오는 3월 재개될 공매도를 다시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모두 개인투자자들이 솔깃해할 만한 내용이다.

박 회장의 발언은 사실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별다른 게 없을 수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그러나 “자본시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오너 기업인의 얘기였기에 의미가 남달랐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2000년 중반 한국에 적립식펀드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그의 경험과 통찰이 코스피 3000 시대 한국 자본시장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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