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산다고…'지리산 알프스 프로젝트'도 제자리

입력 2021-01-17 17:27   수정 2021-01-18 01:58

환경 논리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산악관광 개발사업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뿐이 아니다. 경남 하동군이 야심차게 추진한 ‘지리산 알프스 프로젝트’도 무산 위기에 놓였다. “한국은 국토의 64%가 산지인데 산악관광 개발은 절대 안된다고 하면 관광산업을 어떻게 육성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동군이 알프스 프로젝트 추진을 밝힌 건 2017년 1월이다. 지리산 남부능선 끝자락에 있는 형제봉을 중심으로 12㎞ 길이의 산악열차, 3.6㎞ 케이블카, 2.2㎞ 모노레일을 지어 이전에 없던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산악열차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가선 전기 철도’ 기술을 적용키로 했다. 전력공급선, 전신주 등 없이 배터리만으로 구동하는 열차여서 친환경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호텔과 리조트, 미술관 등 건립도 계획에 포함됐다.

하동군은 국립공원은 환경 규제가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해 사업지에 국립공원 구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 국비 지원 없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 터라 하동군은 큰 어려움 없이 사업이 관철될 것으로 기대했다. 산 위에 호텔, 리조트 등을 지으려면 ‘산지관리법’ 등의 일부 규제 완화는 필요했다. 하지만 2019년 정부가 알프스 프로젝트를 ‘규제특례를 통한 산림휴양관광 시범사례’로 선정해 한시름 놓았다.

사업이 본격화될 기미가 보이자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주요 반대 이유는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이 산다는 것. 하동군은 △반달곰의 방생 구역이자 주요 서식지는 지리산 국립공원 안이어서 사업지와는 상관이 없고 △반달곰이 사업지를 침범한다면 못 내려오게 관리를 강화할 일이지 사업을 못 하게 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실타래가 풀리지 않자 기획재정부가 구원 투수로 나섰다. 작년 6월 ‘한걸음 모델’ 3대 우선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알프스 프로젝트를 지정했다. 한걸음 모델은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신(新)사업을 정부가 적극 중재해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정책이다.

6개월간 논의 끝에 정부는 지난달 11일 ‘산림관광 상생조정기구 논의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결정된 건 “법 개정 등 규제 완화 없이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는 것 하나였다. 이는 호텔 리조트 등 건립을 포기한다는 얘기다. 당초 계획보다 후퇴한 것이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국장은 “알프스 프로젝트의 주요 수익원은 호텔 리조트인데 이게 무산되면 사업 전반의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져 결국 무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동군은 부대 시설이 없어도 대림건설 등의 민간 투자 유치엔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하지만 이렇게 사업계획을 고친다고 해서 환경단체가 반대를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하동군 관계자는 “환경 논리만 앞세워 관광산업과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을 가로막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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