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전 시장은 17일 서울 번동 북서울꿈의숲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실패가 피와 땀으로 일군 대한민국의 실패가 되게 할 수 없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며 “반드시 선거에서 승리해 2022년 정권교체의 소명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이날 출마 선언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연계해 서울시장직에서 중도 사퇴한 이후 10년 만의 재도전이다. 그는 당시 결정에 대해 “미숙한 선택도 있었고, 미처 다하지 못한 과제들도 남아 있었다”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사과했다. 15년 전(2006년) 서울시장에 처음 도전할 당시 개혁과 패기를 앞세웠던 오 전 시장은 이날 경험과 경륜을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시장이 일할 시간은 1년도 채 되지 않는다”며 “서울은 아마추어 초보시장, 1년짜리 인턴시장의 시행착오와 정책 실험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출마 선언은 열흘 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으면 출마하겠다”는 ‘조건부 선언’을 하면서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 전 시장의 출마를 바라보는 여권은 초조한 분위기다. 야권 경선은 달아오르고 있지만 여권은 좀처럼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우상호 의원만 공식 출마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야권은 당내 경선과 단일화 과정에서 여러 컨벤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현재 지지율이 별로 높지 않은 후보자들도 경선을 통과해 나머지 후보들의 지지를 모두 흡수하면 민주당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당내 경쟁에 집중하면서 과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야권 내 지지율 2, 3위권인 이언주, 이진복 전 의원은 1위인 박형준 교수에 대해 “지난 총선 참패를 초래한 책임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인사”라며 비판하고 있다. 당내에서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공천관리위원을 맡고 있는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흑색선전, 근거 없는 비방 등 여러 유형의 마타도어를 일절 삼가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들의 공약은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다. 모든 후보가 앞다퉈 청년층 유출과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박 교수는 산학협력도시 건설을 공약했고, 이언주 전 의원은 맞춤형 서민 일자리 추진 계획을 내놨다. 가덕도 신공항 개발에 대해서도 대부분 후보가 “최대한 빠르게 유치하겠다”고 했다. 정규재 대표만 유일하게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반대했다.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