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반대에…수년째 멈춘 '지리산 알프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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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17 13:29   수정 2021-01-17 13:40

환경단체 반대에…수년째 멈춘 '지리산 알프스 프로젝트'


환경 논리에 부딪쳐 지지부진한 산악관광 개발사업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뿐이 아니다.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추진했지만 1989년 덕유산 케이블카 설치 이후 관철된 산악관광 개발 사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최근 사례로 경남 하동군이 야심차게 추진한 산악열차 사업도 무산 위기에 놓였다. "한국은 국토의 64%가 산지인데 산악관광 개발은 절대 안된다 하면 관광산업을 어떻게 육성하겠다는 거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동군이 산악 열차 사업 추진을 천명한 건 2017년 1월이다. 지리산 남부능선 끝자락에 있는 형제봉을 중심으로 12㎞ 길이의 산악열차, 3.6㎞ 케이블카, 2.2㎞ 모노레일을 지어 이전에 없던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산악열차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가선 전기 철도' 기술을 적용키로 했다. 전력공급선, 전신주 등 없이 배터리만으로 구동하는 열차라 친환경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호텔과 리조트, 미술관 등 건립도 계획에 포함됐다. 알프스 못지 않는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아 사업 이름도 '지리산 알프스 프로젝트'라고 지었다. 국립공원은 환경 규제가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해 사업지에 공원 구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 국비 지원 없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 터라 하동군은 큰 어려움 없이 사업이 관철될 것으로 기대했다.

산 위에 호텔, 리조트 등을 지으려면 '산지관리법'과 '국유림의 경영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의 일부 규제 완화는 필요했다. 하지만 2019년 정부가 알프스 프로젝트를 '규제특례를 통한 산림휴양관광 시범사례'로 선정해 한시름 놓았다. 정부가 규제 개선을 약속한 것이어서다.

하지만 사업이 본격화될 기미가 보이자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대하기 시작했다. 주요 반대 이유는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이 산다는 것. 하동군은 △반달곰의 방생 구역이자 주요 서식지는 지리산 국립공원 안이어서 사업지와는 상관이 없고 △반달곰이 방생 구역을 벗어나 사업지를 침범한다면 못 내려오게 관리를 강화할 일이지 사업을 못하게 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 반달곰이 마을까지 내려와 인가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실타래가 풀리지 않자 기획재정부가 구원 투수로 나섰다. 작년 6월 '한걸음 모델' 3대 우선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알프스 프로젝트를 지정했다. 한걸음 모델은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신(新)사업을 정부가 적극 중재해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6개월간의 한걸음모델 논의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전을 만들지 못했다.

기재부는 지난달 11일 '산림관광 상생조정기구 논의결과 도출'이란 보도자료를 냈다. 여기서 결정된 건 "법 개정 등 규제 완화 없이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는 것 하나였다. 법 개정을 안한다는 건 산지에 호텔 리조트 등 건립을 포기한다는 얘기다. 당초 계획보다 후퇴한 것이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국장은 "알프스 프로젝트의 주요 수익원은 호텔 리조트 인데 이게 무산되면 사업 전반의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져 결국 무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동군은 호텔 등 부대 시설 없이 산악열차 등만 짓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고치고 있다. 부대 시설이 없어도 대림건설 등의 민간 투자 유치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업계획을 고친다고 해서 환경단체가 반대를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하동군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사업을 재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국토의 64%가 산지라서 산림관광 산업 잠재력이 풍부한데, 관광 자원을 잘 활용하려는 새로운 시도는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며 "환경 논리만 앞세워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을 가로막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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