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수익률에만 치중한 자산운용 바꿔야"

입력 2021-01-18 15:01   수정 2021-01-18 15:03

“한화생명의 자산운용 목표는 ‘부채서비스 능력 향상을 통해 자본을 충실화하는 것’입니다.”

국내 2위 보험사 한화생명의 투자최고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한두희 투자사업본부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산운용을 통해 추구하는 방향을 이같이 규정했다. 보험사 CIO에게 이와 비슷한 질문을 던지면, 통상적으로 ‘고객의 자금을 안전하게 운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것’이라는 답변이 오게 마련이다. 한 본부장은 첫 문장에서부터 완전히 다른 답변을 내놨다.

한 본부장은 “금융회사란 돈을 여러 방식으로 가져와서 이를 불려서 쓰고, 나머지로 자본을 확충하는 회사”라고 규정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보험사 회계시스템이 시가평가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보험사가 돈을 어디서 가져오는지에 대해 신경을 덜 썼고,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데 치중했다”며 “자산-부채 연계 관리(ALM) 등 용어만 썼지 실제로 이를 매칭해서 운용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운용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목적만 생각하면 금리가 떨어질 때 10년물짜리 채권투자를 해서 돈을 벌 수 있지만, 같은 기간에 20~30년 만기 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금리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또 “고금리 시절 사놓은 채권을 팔아 매각이익을 보는 것이 문제가 되자 다시 ‘채권을 팔면 안 된다’는 게 중요한 기준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채권 매각 여부가 아니라 부채와 맞는 운용이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한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 “금리파생상품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부채 위험을 헤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3년 도입 예정인 새 보험사 회계기준) IFRS17이 이런 논의를 앞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감독당국은 지금까지 보험사의 파생상품 투자를 ‘위험한 것’으로 여겨 막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는 “IFRS17은 보험사 부채에 대한 시가평가를 요구하기 때문에 자연히 관련 파생 투자도 더 허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본부장은 “한화생명의 관리지표도 크게 바꾸려 한다”며 “과거에는 ‘실현이익(이자+매각이익) 3조2000억원을 낸다’는 식의 투자 목표를 제시했다면, 이제는 실질가치를 증대하는 목표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용자산 120조원짜리 큰 회사로서 실력으로 차별화를 해야 하는데 공모시장에서는 그런 차별화가 일어나기 어려운 만큼 비상장(private) 시장 투자 비중을 높이려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더 좋은 파트너들과 딜 소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과열됐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펀더멘털이 회복할 것이라는 가정이 반영돼 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끝난 후에도) 회복되지 않는다면 밸류에이션이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본부장은 “특별히 원화자산에만 거품이 낀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들의 채권도 함께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체투자에 관해서는 “장기자산인 인프라 투자 비중이 높다”며 “전에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위주였는데 지금은 ESG나 신재생에너지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요약했다. 그는 “해외 상업용 빌딩 등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가격이 떨어지고 있기도 하지만, 비교적 안전한 시니어론에 투자해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은 편”이라고 자평했다.

저금리 기조에 대한 전망을 묻자 한 본부장은 “고령화와 생산성 하락 때문에 실질 수익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핵심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느냐인데, 그렇더라도 통화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실질수익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물가 관련 지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금리가 오르면 장기 부채를 가지고 있는 보험사에 불리한 것은 아니지만, 투자전략을 바꿔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본부장은 앞으로 투자사업본부에 “상장시장의 종목을 발굴하거나 타이밍을 잘 찾는 전문가가 아니라, 비상장 시장에서 네트워킹을 하고 딜소싱, 구조화를 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외 운용사를 많이 만나고, 이들이 어떤 딜을 하는지를 보고, 상대와 협상해 우리가 원하는 딜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며 “그런 전문 인력이 합류하고 있고 내부에서도 키우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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