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상처입은 몸과 마음에 전하는 '위로'

입력 2021-01-18 17:54   수정 2021-01-19 00:24


가장 편안한 목욕물 온도 38도. 하지만 2021년에는 격리와 위험의 다른 말이다. 낯선 균이 침투했음을 알리는 지표이자 고열의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는 올해 첫 전시 제목을 ‘38℃’로 정했다. 온 세상이 사람의 몸에 주목하는 지금, 인류와 세상의 관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기 위해서다.

학고재갤러리의 소장품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몸, 정신, 자연, 물질 등 네 가지 키워드로 구성됐다. 네 가지 요소는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작용한다. 각 작품에서도 네 가지 요소를 다양하게 읽을 수 있다. 특히 국내 30대 작가들에게 적잖은 비중을 할애했다. 이우성(38)은 청년 세대의 불안감과 무력함을 표현해왔다. 무기력하고 지친 청춘의 초상을 담은 '자는 사람'이 대표적이다. 자신과 주변을 태우던 불길은 이번 전시에 공개된 2017년 작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에서는 손바닥 위 작은 불꽃으로 잦아들었다. 주변을 밝히는 온화한 불꽃은 작가가 공존과 소통을 모색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독일 작가 팀 아이텔(50)의 ‘스타디움’은 12개의 캔버스를 통해 빈 운동장을 그렸다. 여기에 사람은 양측 가장자리 캔버스 두 개에만 모습을 비친다. 그마저도 뒷모습, 혹은 뒷짐을 진 방관자의 모습이다. 박미란 학고재갤러리 학예실장은 “경기에 참가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두려움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둠을 향해 유려하게 뻗어나가는 붉은 선은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에너지를 뿜는다. 인도 작가 아니쉬 카푸어(67)는 붉은색이 인간 내면의 핵심을 상징한다고 봤다. 허수영(37)의 ‘숲’은 네 계절을 지나는 동안 달라지는 풍경을 500호 캔버스 두 폭에 촘촘하게 담아 압도감을 선사한다.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이안 다벤포트(55)의 대형 회화와 판화 연작도 눈길을 끈다. 그의 ‘무제’는 주사기에 담은 페인트를 화면으로 흘려보내는 기법으로 제작한 회화다. 중력과 환경이 만들어낸 불규칙한 선과 색깔은 물질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인간의 착각을 꼬집으면서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우연한 결과 역시 아름답다는 울림을 준다.

‘38℃’는 학고재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온·오프라인 동시 전시다. 갤러리에서는 10명의 작품 14점이,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에서는 14명의 작품 37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이달 31일까지.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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