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폐암치료제, 31번째 국산신약 됐다

입력 2021-01-18 17:20   수정 2021-01-19 01:11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폐암 치료제가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다. 2018년 HK이노엔이 내놓은 케이캡정(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이후 3년 만에 나온 국산 신약(31호)이다. 3년 전 글로벌 제약업체 얀센바이오테크에 1조4000억원을 받고 기술수출해 주목받은 바로 그 치료제다.

폐암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다 신약의 치료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국내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 기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렉라자정(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시판을 허가했다고 18일 밝혔다. 렉라자는 아직 3상 임상시험을 끝내지 못했지만, 식약처는 치료 효과가 좋은 점을 감안해 일단 의료 현장에서 쓸 수 있도록 조건부 시판 허가를 내줬다.

‘암세포의 크기가 작지 않다’는 의미로 이름 지어진 비소(非小)세포암은 약 3만 명에 달하는 전체 폐암 환자의 80~85%를 차지한다. 이들 중 30~40%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인 T790M에 돌연변이가 생긴다. 현재 이런 환자에게는 1~2세대 표적치료제를 투약하지만 절반 이상은 곧 약에 내성이 생겨 상태가 악화한다.

렉라자는 이런 환자들을 위한 3세대 표적치료제다. 1, 2세대 EGFR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T790M 돌연변이 환자 등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뇌로 전이된 폐암 환자에게서도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안명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렉라자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란셋 온콜로지 저널에 게재되는 등 유효성 및 안전성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국내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연매출 1조원 이상)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시장이 2019년 192억달러에서 2029년 329억달러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렉라자와 환자 타깃이 같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이미 연매출을 1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이유에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얀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렉라자를 타그리소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수준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데이터가 예상한 렉라자 연매출(약 6247억원)보다 50% 이상 많은 수치다.
‘제2의 렉라자’ 줄줄이 대기 중
렉라자를 개발한 과정은 기존 국산 신약과는 사뭇 다르다. 제약사 홀로 신약 후보물질을 찾은 뒤 직접 개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 신약 개발업체 및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갔다.

시작은 2015년이었다. 국내 신약 개발업체 오스코텍의 자회사인 제노스코에서 전임상 직전 단계였던 렉라자 후보물질에 대한 개발 권리를 넘겨받았다. 유한양행은 이후 3년 동안 물질 최적화, 전임상, 임상 과정을 거쳐 후보물질을 약물로 다듬은 뒤 2018년 얀센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얀센과 손을 잡으면서 후보물질은 글로벌 신약으로 점차 모습을 갖춰 나갔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통상 신약을 개발하려면 10년이 넘는 시간과 조(兆) 단위 개발비용이 들어간다”며 “다른 제약사 등과의 협업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렉라자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이 같은 협업 방식을 넓혀 제2, 제3의 렉라자를 순차적으로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2억원을 받고 기술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국내 신약 개발업체 제넥신과 협업)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국내 항체신약 벤처기업 앱클론과 협업)이 대표적이다. 이런 식으로 유한양행이 해외에 기술수출한 신약은 5건, 액수로는 4조원에 달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현재 보유한 30개 파이프라인 중 22개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확보했다”며 “연구개발(R&D) 투자를 꾸준히 늘려 명실상부한 ‘신약 명가’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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