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은 국정을 '논평' 아닌 책임지는 자리다

입력 2021-01-18 18:03   수정 2021-01-19 00:09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원론’ 반복과 ‘동문서답’으로 채워져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는 평이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부동산과 코로나 백신, 나라 근간인 외교·안보, 검찰개혁 같은 현안에 대한 발언이 대부분 핵심을 비켜갔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작동하기 힘든 낭만적 감성을 앞세워 국정을 미로로 몰고, 진솔한 소통보다 보기 좋은 ‘쇼통’에 집착해온 지금까지의 모습에서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에게 큰 고통을 안긴 부동산 문제만 해도 ‘임대차법’ 등 반(反)시장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냉정한 진단은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은 1년 전 “투기꾼 때문”이라던 집값 폭등의 이유를 이번엔 “예상을 뛰어넘은 1인가구 급증과 유동성 탓”으로 돌렸다. 세상이 다 아는 1인가구 급증과 유동성 확대를 정부만 이제서야 깨달았다는 것인지, 분가하는 1인가구가 ‘투기꾼’이란 말인지 요령부득이다.

백신 실패에 대한 설명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대통령은 “외국의 접종을 참고해 부작용 사례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지만, 안전성 및 효능 검증이 가장 미진한 후발 백신을 내달부터 맞아야 하는 현실과 배치된다. 여당의 당헌에 ‘귀책 사유 시 재보궐 선거 후보 불출마’를 규정한 당사자임에도 당헌보다 당원들 의사가 중요하다는 발언은 허탈함을 더했다.

감사원의 탈원전 감사와 검찰총장 찍어내기 논란에 대한 발언은 여론과의 간극을 새삼 확인케 했다. 대통령은 “감사원 감사에 개입하지 않고 독립성을 보장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당 실세들의 “분명히 경고한다. 선을 넘지 말라” “집 지키랬더니 주인행세 한다”는 서슬퍼런 협박은 아예 들어본 적 없다는 것인가.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황당한 사유로 징계하고 몰아내려다 법원에 의해 저지당한 부끄러운 사태마저도 “우리 민주주의의 건강한 작동을 보여주는 증거”라니 말문이 막힌다.

나라 존망이 걸린 외교·안보 이슈도 걱정스럽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더니 이제야 “강제집행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돌렸다. 전술 핵무기로 위협하는 북한에 평화협정을 호소하고, 부당한 한한령(限韓令)에는 일언반구 없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고대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 정부 4년 내내 거의 모든 국정이 수렁을 향해 달려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는 세계 최악이고, 일자리와 연금은 말라가고, 소득·자산격차는 역대급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미래에 대한 어떠한 비전도 보여주지 못한 채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란 식의 낙관론만 되풀이했다. 대통령은 국정을 무한책임지는 자리이지 논평하는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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