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테슬라 조건' 갖춰가는 中 전기차

입력 2021-01-18 18:11   수정 2021-01-19 00:13

지난해 총 50만 대의 전기자동차를 판매한 미국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7800억달러(약 860조원)에 달한다. 1000만 대를 판 일본 도요타의 시장가치는 2400억달러(약 264조원) 정도다.

중국에서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신생 전기차 업체들의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웨이라이(NIO)의 시총은 900억달러로 독일 폭스바겐, 미국 제너럴모터스(GM)보다 많다. 하지만 작년 판매량은 4만여 대에 불과하다. 시총 370억달러인 샤오펑과 290억달러인 리샹도 지난해 3만 대를 팔았을 뿐이다.

테슬라의 주가가 적정한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테슬라가 미래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에는 큰 논란이 없는 것 같다.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들도 테슬라의 성장을 뒷받침한 조건들을 갖춰가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를 거품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대기업의 든든한 지원
테슬라는 2003년 설립된 이후 17년 연속 적자를 내다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모두 36차례에 걸친 증자와 회사채 발행으로 202억달러를 조달해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투자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테슬라도 없었을 것이다.

중국 스타트업들의 뒷배는 테슬라보다 더 든든하다. 웨이라이는 인터넷 기업 텐센트, 샤오펑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2대주주다. 리샹은 음식배달 업체 메이퇀뎬핑과 차량호출 업체 디디추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각 부문에서 중국 최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빅테크들은 투자자일 뿐 아니라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조력자이기도 하다. 살아남는 스타트업이 중국 미래차의 표준을 가져갈 수 있다고 보고 수시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웨이라이가 지난 13일 발행한 15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 경쟁률은 7 대 1에 달했다. 연 0% 금리에 주가가 50% 더 올라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이었는데도 투자자가 몰렸다. 같은 날 샤오펑은 건설은행 등 중국 대형은행과 20억달러 규모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플레이어 나오나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들은 테슬라가 갖춘 다른 성공 조건들도 확보하고 있다. 고성능 전기차를 잇달아 내놓으며 중국 내에서 테슬라 못지않은 브랜드 파워를 구축했다.

리빈 웨이라이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가 신차인 모델Y 가격을 30% 인하한 것을 두고 “웨이라이는 가격도 성능도 낮추지 않는다”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웨이라이의 주력 차종인 ES6의 기본가격은 35만위안으로 경쟁 상대인 모델Y(33만9900위안)보다 높다.

샤오펑은 테슬라도 아직 완성하지 못한 자율주행 3단계 전기차를 올 상반기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3단계는 전반적인 주행을 시스템이 담당하고 운전자는 비상시에만 개입하는 수준이다. 허샤오펑 샤오펑 CEO는 “경쟁사(테슬라)는 쓰지 않는 고가 장비인 레이저 라이다를 장착해 정밀도를 높였다”고 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지만 시장의 주도권은 여전히 외국 기업들이 쥐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축이 전기차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중국 자동차산업의 첫 ‘글로벌 플레이어’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샤오펑은 최근 노르웨이에 100대를 수출하며 해외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중국 전기차가 활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씁쓸해진다.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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