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악기강국에서 내리막…'디지털 악기'로 부활 노린다

입력 2021-01-19 17:15   수정 2021-01-20 01:18


국내 악기산업은 1990년대 중반까지 일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경쟁력을 유지했다. 1995년 기타 수출은 1억4324만달러로 세계 1위, 피아노 수출은 1억1920만달러로 2위를 차지할 만큼 ‘악기 제조 강국’으로 명성을 높였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삼익악기, HDC영창(옛 영창악기) 등 주요 악기회사는 중국 등 신흥시장 공략과 디지털화 등으로 전성기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무역적자 심화
전통(어쿠스틱) 악기 제조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꼽힌다. 국내 악기 제조업은 1980년대 말까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 악기 수출은 1993년 2억8937만달러로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국내 악기 수출은 1995년 3억6381만달러를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 국내 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악기 제조 회사들이 오프쇼어링(기업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삼익악기는 1992년 중국 하얼빈 공장과 인도네시아 공장을 준공하고 지속적으로 해외 생산설비를 확대했다. HDC영창도 1995년 중국 톈진 공장을 준공하는 등 대형사부터 해외 투자에 나섰다.

내수 축소도 악기 회사의 해외 진출을 부추겼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악기 시장 규모는 2000년 3990억원에서 2010년 2880억원으로 10년 만에 28% 감소했다. 공동주택 주거문화 확산이 악기 수요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 인터넷 게임 등 악기를 대체할 여가·취미 관련 상품·서비스가 급격히 늘어난 점도 어쿠스틱 악기 수요가 위축된 원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비슷한 시기 악기산업 후발 주자인 중국은 저가 제품을 내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갔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들어 클래식산업 진흥정책을 펼치며 악기산업 성장에 힘을 실었다.

중국산 관악기, 현악기 수입이 급증하면서 한국의 악기 무역수지가 2007년 적자 전환한 뒤 적자 기조가 굳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악기 수출은 1억2276만달러로 수출이 가장 많았던 1995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 새 먹거리 찾기 ‘안간힘’
악기 및 악기부품 제조업체들이 모여 1983년 설립한 한국악기공업협회는 2012년 6월 자진 해산했다. 한때 40여 곳에 달했던 회원사가 해외 이전 및 폐업으로 2011년 14개까지 감소했기 때문이다.

어쿠스틱 악기 제조 위주였던 국내 악기산업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 수입 제품을 국내 시장에 유통하는 구조로 완전히 재편됐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어쿠스틱 피아노는 5년 전부터 전량 인도네시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바이올린 등 현악기는 영세업체들이 소규모로 생산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 악기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까지 악기 명장이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은퇴하거나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악기회사들은 신규 시장 발굴 및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국내 1위 업체 삼익악기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중고가 피아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08년 인수한 프리미엄 피아노 브랜드 자일러가 중국 내 독일 피아노 브랜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내 실적 호조로 이 회사의 2019년 매출은 1976억원으로 1990년대 전성기 수준인 2000억원대에 근접했다. 삼익악기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주춤했지만 올해 실적은 다시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세계적인 디지털 피아노 브랜드 커즈와일을 보유한 HDC영창은 디지털 악기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매출의 약 3분의 2를 디지털 악기 판매로 얻고 있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보급형 디지털 피아노 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디지털 악기와 교육 등 콘텐츠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디지털 음향전문 기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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